책소개
저세상에 가려면 오디션에 합격해야 한다는 것! 심사위원을 울려야 합격할 수 있는 열 번의 오디션이 차근차근 진행되는 와중에도 합격자는 나오지 않고, 사람들은 점점 지쳐간다.
그런데 주변에 검은 안개가 깔린 순간, 누군가가 나일호를 비밀스럽게 불러들이더니 말한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자’가 아닌...
죽음 이후의 세상은 우리가 모르는 것이기에 생각만 해도 무섭고 두려운 것인데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은 오디션에 통과해야만 저승으로 갈 수 있다는 저승사자 마천의 말에 사람들이 항의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항의에 사람들이 동조하는 장면이나 손을 들어 사사건건 질문하는 일호, 오디션 볼 때 반주를 틀어주고 마이크에 인이어까지 요구한다거나 마천의 말에 자다가 남의 허벅지를 긁는 소리라고 투덜거리는 사람, 티격태격 다투기도 하는 상황 등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저승으로 온 사람들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일상적인 대화는 죽음을 맞은 슬픈 상황임을 잊게 하고 웃음 짓게 만들며 우리가 모르는 세계에 대한 두려움까지도 잊게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죽었습니다. 죽었으니까 이제 저세상으로 가야합니다. 저세상으로 가는 길도 쉬운건 아닙니다. 멀고도 험한 길을 터벅터벅 걸어가야 합니다. 그나마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죽은 사람들이 있어서 저세상으로 가는 길이 조금 외롭지 않겠네요.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길을 막아서고 지나가지 못하게 합니다. 같이 가던 사람들이 강하게 항의하고 성질을 내보아도 그들은 요지 부동입니다. 10번에 걸친 오디션을 통과해야만 저기 보이는 저세상으로 가서 심판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통과를 못하면 저세상으로 가지 못하고 평생을 떠돌며 극심한 추위와 공포에 떨며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네요. 아니 죽은것도 억울하고, 저세상 가겠다고 먼길을 힘들게 걸어왔는데 오디션을 보라니요?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정말 억울해 죽겠네요.
목숨을 잃은 가여운 이들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 이유는 그들이 소중한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은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즉 자살한 사람들이기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