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담아낸 『골든아워』 제1권. 2002년 지도교수의 권유로 외상외과에 발을 내딛으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저자는 대한민국에 국제 표준의 중증외상 시스템을 정착하기 위해 지난한 싸움을 했고, 17년간 외상외과 의사로서 맞닥뜨린 냉혹한 현실, 고뇌와 사색, 의료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 등을 기록해왔다.
이...
병원이라고 하는 것도 왜 이렇게 본질에서 어긋나게 할까 이런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많이 들었다. 병원도 결국 장사 같다는 생각도 들고 외상센터처럼 환자 살리기에 집중하는 사명을 건 곳은 대학병원에서도 거의 없다는 것도 잘 깨닫게 되었다. 저자는 외상외과 일을 하면서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의사로서 사명감이 있기야 하지만 사실 환자나 국가로부터 대접을 제대로 못 받는 경향이 강해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하고 있다고 하는 이국종 의사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물론 환자의 위중한 생명을 살리려고 노력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명감이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이렇게 생각하는 그의 처지가 안타까웠다.
책을 통해 새로 알게 된 건 세월호 침몰 사고 때도 저자가 구조를 하기 위해서 현장에 갔다는 것이다. 그런데 결국 실질적인 구조를 하지 못하고 배가 가라앉아버리는 것을 두고 볼 수밖에 없었던 참담한 심경이 잘 담겨 있었다.
의료 현장, 구출 상황에서 사명감 깊은 의사가 얼마나 현실에 안타깝게 절망할 수밖에 없는지 살아 있는 경험이 잘 녹아 있는 책이었다. 특히 아직도 충격이 잊혀 지지가 않는 세월호 사고에 대한 부분도 나와 매우 인상이 깊었다. 당시 관제 상황, 관할 상황으로 인해 곧바로 구조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정말 화가 난다. 당시 상황을 생중계로 봤던 사람 입장에서 얼마나 구조가 절차를 따지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상황 때문에 못 이루어졌는지 생각하면 화가 많이 난다. 이국종 의사는 현장에 있었고 상황에 대해서 상세히 알길 원했지만 누구 하나 제대로 정보를 통제하고 알리는 사람도 없었다고 한다.
이 책에는 1편에 이어서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들의 헌신, 고통, 구조적 모순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나는 몰랐던 사실이지만 아주대 권역외상센터 교수들은 서류 처리까지 직접 도맡아 했다고 한다. 물론 사안이 중대하다면 교수가 직접 처리해야겠지만 그 양이 어마어마해서 과로로 쓰러지기도 한다고 한다.
사용할 장비까지 모두 직접 결재를 해야하는 구조라 하루에도 수백건의 서류가 들어온다고 한다. 이렇게 페이퍼워크도 하면서 수술도 하고 그러니 잠도 못자는 것은 분명한 것이고 정말 사명감이 없다면 못할 일이라는 것도 실감이 되었다. 의사, 직원들이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소수의 인원이 많은 일을 한다는 말이 나왔다.
나는 의사라는 직업을 진로희망으로 가진 사람으로서 이 책은 나에게 깊은 감명을 주기에 충분했다. 먼저 책 제목이 골든 아워인 이유도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흔히 뉴스를 보면 골든 타임을 놓쳤다는 말을 가끔씩 볼 수 있는데, 정확한 의학용어로는 골든 타임이 아니라 골든 아워라고 한다. 즉, 더 큰 개념인 시간보다 1시간, 1시간이 매우 중요하다는, 1분 1초가 아깝다는 이 말이 이국종 교수가 일하는 중증외상센터를 잘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중증외상센터에 대해서는 나도 잘 알지는 못했지만 몸에 심각한 외상을 입은 사람이 급하게 치료를 받는 곳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고, 얼마나 그곳이 전쟁터와 같은지도 알고 있었다.
이국종 교수는 이 책에서 이기적인 환자의 보호자를 언급한 바 있다. 중환자실은 말 그대로 사경을 헤매고 있는 환자들이 케어받는 곳이다. 따라서 그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죽음에 다다른 환자는 영안실로 옮겨지고, 다행히 호전된 환자는 일반병실로 옮겨지게 된다. 그런데 어떤 이기적인 환자의 보호자는 환자를 절대 중환자실에 계속 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환자를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기게 되면 환자의 대소변을 받는 일을 직접 해야 한다던지, 거금을 들여 간병인을 써야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