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모든 감정이 죽어 버렸다고 생각한 세계에 나직하게 울리는 사랑의 전조!문학성과 다양성, 참신성을 기치로 한국문학의 미래를 이끌어 갈 신예들의 작품을 엄선한 「오늘의 젊은 작가」의 열여섯 번째 작품 『해가 지는 곳으로』. 데뷔 이래 특유의 박력 있는 서사와 긴 여운을 남기는 서정으로 사랑하는...
타인을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본능적으로 질문한다. “저 사람은 누구인가?” 그러나 그 질문 뒤에 숨어 있는 진짜 두려움은 사실 다른 데 있다. “저 사람은 나와 다르다.” 차이는 곧 위협으로 읽히고, 우리는 본능적으로 벽을 쌓아 올린다. 「해가 지는 곳으로」는 바로 그 벽의 존재를 가리키며, 타자에 대한 배척이 우리 자신과 사회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기는지 통렬히 묻는다.
주인공 ‘도리’와 ‘지나’ 가족들 사이의 미묘한 거리감은 그저 하나의 관계적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이는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타자화’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메타포다. 나와 다른 이들을 ‘낯선 존재’로 규정하고, 그 차이를 경계하거나 두려워하는 행위는 결국 폭력의 한 형태로 이어진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 나와 다른 세계를 곧바로 부정하려는 충동은 단지 타인을 억압할 뿐 아니라 나 자신을 단절시킨다.
이 주제는 단순히 소설의 서사적 긴장을 넘어, 우리 시대의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린다. 현대사회는 점점 더 다양성과 다름을 요구하지만, 여전히 타자를 수용하는 방식은 미숙하다. 우리는 차이를 인정하기보다, 그것을 ‘문제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해 왔다. 사회적 규범을 벗어난 존재는 편견과 불편함의 대상이 되고, 다수는 이를 자신의 안전을 위협하는 장애물로 여긴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궁극적으로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것은 다수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가, 아니면 모두를 더 고립시키는가?
나 또한 이 질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나도 모르게 거리를 두고, 조심스럽게 경계를 지운다. 하지만 그러한 태도는 나와 타자를 이어주는 가능성을 차단하며, 결국 나 스스로를 고독하게 만든다. 「해가 지는 곳으로」는 바로 이런 내 모습과 마주하게 한다. 타자화의 폭력은 타인에게만 가해지는 것만이 아니다. 이는 나 자신의 인간성을 갉아먹는 행위이기도 하다.
같이 일했었던 지인의 추천으로 읽은 책. 자기는 책과는 친하지 않지만 이건 한번도 끊기지 않고 술술 잘 읽혔다했다. 확실히 읽기가 편한 책이다. 이름이 있는 등장인물도 미소, 건지, 지나와 그의 가족들, 도리, 류와 단 정도로 최소화되어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렇다고 가벼운 내용은 아니였다. 한국에 바이러스가 확산되어 더 이상 한국에서 살기 힘들어 이나라 저나라로 유랑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를 다룬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