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주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이었다. 나는 이제껏 서정주에 대해 특별히 나쁜 인상을 가진 적은 없었다. 무지한 탓에 친일시인이었다는 것도 대학생이 된 이후에야 알게 되었고, 조금쯤은 동정심도 있었다. 물론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남을 괴롭힌 것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는 없으며, 당연히 지탄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항일을 하던 사람들이 가혹한 고문과 옥살이를 겪고 난 후에 변절하는 일에 대하여 겪어보지 못한 우리가 어디까지 그들을 친일파라 몰아붙일 수 있을까? 그렇기에 윤동주나 이육사 같은 시인들이 대단한 것이다.
그러나 몇몇 문인들에 대한 나의 이러한 변명들도 통하지 않을 만큼 서정주는 그 친일행각이 뚜렷하다. 그 기회주의자적인 면모는 실망스러울 정도이다. 당연히 그의 친일 행각을 변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