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정세랑 스타일의 기원!데뷔 10주년을 맞은 정세랑의 첫 SF 소설집 『목소리를 드릴게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저자가 쓴 거의 모든 SF 단편을 모은 것으로, 지금 이곳,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몰락해가는 인류 문명에 관한 경고를 담은 8편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흥미로웠다. 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의 변화가. 밖에서 일상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한 순간에 갇혔는데 그렇게 여유롭게 살 수 있을까? 아무리 수용소 내 생활이 좋아도, 자유를 빼앗긴 것인데 나가지 않을 생각도 하는게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내가 그렇게 한순간에 갇힌다면 목소리를 버리고 바로 나갔을 것이다.
《목소리를 드릴게요》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쓴 SF 단편들을 모아 놓은 정세랑 작가의 첫 SF 소설집이다. 자꾸만 사라지는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찾기 위해 시간 여행을 떠나는 ‘미싱 핑거와 점핑 걸의 대모험’, 대학교 동아리에서 좋아했던 오빠를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의 선택권을 가진 유경의 이야기 ‘11분의 1’, 어느 날 모조 지구로 납치되어 홍보책임자로 근무하게 된 주인공의 고군분투기 ‘모조지구혁명기’, 치매에 걸린 사람조차 3시간은 확실하게 기억할 수 있는 파란 알약에 관한 이야기 ‘리틀 베이비 블루 필’ 등 총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소설들은 각기 다른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어 지구와 멸망, 문명과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에게 신선한 경고와 충격을 선사한다.
정세랑은 이제 한국 소설계의 주축으로 성장한 작가 중 한 명이다. 특히 작가와 동갑내기인 젊은 독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가장 큰 이유는 현재의 한국 사회, 특히 여성으로서의 이곳에서의 삶을 잘 묘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런 특징을 가진 작가들도 꽤 있다. 큰 흐름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이 필요하다. 그 속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지 않으면 일련의 흐름에서 '원히트 원더'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정세랑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발굴하고 다듬고 각인시키고 유지해왔다. 화려한 포맷의 단편들이 연이어 나왔고, 현실 특유의 상상력을 '폭로'하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다.
어린 시절, 내가 꾼 가장 괴로웠던 악몽은 빙하가 녹는 북극에 관한 꿈이었다. 꿈에서 나는 북극의 망망대해에 홀로 있었는데, 녹아서 쪼개지는 얼음 덩어리 위를 뛰어다니며 살려고 애썼었다. 딱 한 번 꾼 꿈인데 어찌나 무섭던지 지금도 고립감과 절망감이 생각난다. 그 후로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어 고등학교 1학년 진로 발표 시간에 세계자연기금(WWF)에 들어가 활동하고 싶다는 꿈을 발표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꿈이 바뀌면서 환경에 대한 관심도 퇴색되어 갔다. 재활용품 분리수거를 나름 꼬박꼬박 하는 것만이 내 어릴적 꿈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다.
그런데 <리셋>에서 '재활용은 자기기만이었다. 쓰레기를 나눠서 쌓았을 뿐, 실제 재활용률은 형편없었다. 그런 문명에 미래가 있었다면 그게 더 이상했을 것이다. (45쪽)'을 읽고 많이 부끄러웠다.
정세랑 작가님의 책은 처음인데 이렇게나 친숙한 느낌은 뭘까? 라고 생각이 들었다. 책이 참 친숙한느낌이다. 우리나이 세대라서 그런가. 큰 깨달음을 원하는 독자에겐 별로일 수 있는 책이지만 책에 대한 재미를 잃었거나, 권태기가 왔거나, 흥미로운 책을 읽고 싶다면 이 책은 확실히 좋을만 하다.
엄청 짧은 초초초단편부터 꽤나 긴 장편같은 단편까지 다양하게 있었다. 초초초단편을 읽을땐 ‘응? 뭐야이거’가 내 소감이였다. 약간 어이없는 웃음이 나오는 내용이랄까. 그래서 오히려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책 제목에 걸맞게 나에게도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목소리를 드릴게요’다. 제목만 봐서는 뭔가 달달한 로맨스물 같지만 큰 오산이다.
정세랑 작가님은 과학SF소설을 자주 쓰신다고 한다. 역사교육과를 나오셨던데 책을 읽다보면 이런 용어들은 어떻게 알고 적으신건지 놀랄만한 전문 의학용어들이 많이 나온다. 생물학을 전공하셨나?라는 생각으로 실제로 프로필을 찾아보기도 했다.
책의 주요 구성과 저자 소개
정세량 작가님은 1984년 서울 출생이다. <드림, 드림, 드림> 이라는 작품을 2010년 발표하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했고, 이 책은 그때부터 지금가지 작가가 발표한 작품 8개를 모아서 출간 한 것이다. 주요 작품별 내용과 느낀 점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미싱 핑거와 점핑 걸의 대모험
오른손 검지손가락이 자꾸 사라지는 미싱 핑거와 높이뛰기선수였으나 차를 많이 마셔서 도핑테스트에 걸린 점핑걸이 미싱 핑거의 손가락을 찾기 위해 떠나는 과거여행을 그린다. 작가는 이 작품의 캐릭터들을 학습만화용으로 쓰고 싶어 만들었다고 밝혔다. 사라지는 손가락을 제자리에 묶어두기 위해 투명매니큐어를 발라 문제점을 해결하고 때로 사라지기 위해 투명매니큐어 대신 연고를 바르는 행동이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