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김연수의 세 번째 소설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인간의 진실을 찾아, 기록된 사실 이면에 숨겨진 굴곡을 다각도로 보여주는 9편의 연작이 수록된 소설집으로, 구체적 사실을 중심에 놓고 다양한 텍스트들을 읽고 상상하고 짐작하면서 역사와 문헌에 씌어진 것을 문학적으로 재구성하는 데 발군의 역량을...
우리의 세대를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실패 없는 경주를 해야 하는 세대? 아니면 부장인턴세대? 매년 인력시장에 풀리는 대졸자는 넘쳐난다. 우리는 대학졸업후 인턴이나 비정규직으로 회사를 입사하여 10년 이상 지나면 막 대학을 졸업하여 더 팔팔한 인턴에게 대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스스로 벌어먹고 사는 것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 모두가 알기 때문에 인턴일지라도 미친 듯이 달리고 달린다.
우리는 초등학교를 거쳐 고등학교의 12년 동안 수능과 수시, 즉 대학 입학을 위해 살다가 20살에 대학에 들어간다. 남자는 21살에 군대를 가고, 여자는 23~4살 안에, 남자는 25~26살 안에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서 자리를 잡는다. 여자는 서른이 되기 전에 결혼을 해야 하고 마흔이 되기 전에 자식을 낳는다. 만약 우리가 이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늦는다면 우리는 실패자로 규정 받는다.
그런데 이런 한국 사회에서 스스로 실패로 규정할 수밖에 없는 주제를 위해 소설을 쓰는 사람이 있다. 그것이 김연수 작가이다. 그리고 그 실패를 위한 소설이 바로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이다. 이 실패는 이 소설의 주제와 관련이 있다. 그리고 나는 이 소설의 주제가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에 등장하는 문장이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