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어렴풋이 잠이 들었을 때 중얼중얼하는 소리에 수방이는 가만히 정신을 차려 귀를 기울였다. 그것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집안 살림에 대한 걱정인 듯싶었다. 그것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집안 살림에 대한 걱정인 듯싶었다. 그래서 그는 포로로 눈이 감기다가 푸루룽하는 바람소리에 그는 또다시 눈을...
강경애는 일제강점기 시절에 활약한 작가로 특히 하층민들의 애환 넘치는 삶을 주제로 한 소설을 많이 남겼다. 채전이란 제목은 말 그대로 채소밭을 일컫는다. 주인공인 수방은 잠결에 일어나 어머니와 아버지의 대화를 듣는다. 둘은 요즘 경기가 안 좋으니 일꾼들을 곧 내쳐야겠다고 상의한다. 채소밭 일만 마무리 짓고 내쫓자는 이야기를 들은 수방은 곧 부모님의 불호령에 일을 시작한다. 다른 가족들은 좋은 옷도 사서 입고 맛있는 것도 먹지만 수방은 늘 부엌데기 취급을 받으며 다른 일꾼들과 똑같이 일을 하고 부모님, 특히 어머니에게 꾸지람을 들어야 했다. 늘 서러운 마음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원망하던 수방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맹서방에게 의지한다. 맹서방은 수방에게 머리핀도 사다주며 호감을 산다. 수방은 주인집 딸임에도 불구하고 일꾼 처지인 맹서방과 비슷한 대우와 감정을 느낀다. 맹서방이 선물해 준 핀을 만지는 수방에게 맹서방은 핀을 또 만지느냐고 묻고, 수방은 다음번엔 뭘 사주냐고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