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아담이 눈 뜰 때>, <너에게 나를 보낸다>, <내게 거짓말을 해봐> 등을 통해 자기 파괴를 통한 전면적인 자기 폭로의 길을 걸어왔다고 평가받는 장정일 시집 「길안에서의 택시잡기」 양장본. 적나라한 언어로 쓰인 이번 시집에서 저자는 무심한 듯 하면서도 무겁게 가라앉는 시어의 유희를...
욕망을 실은 기차, 운전수 장정일
<내게 거짓말을 해봐> 소설 출간 이후 수많은 음란성 시비에 시달리면서 구속되기까지 했던 장정일, 그의 문학적 코드의 출발선은 <길안에서의 택시잡기>에서 확연 하게 나타난다. 그의 문학적 코드위에는 장정일이 운전하고 있는 기차가 힘차게 달려 나가고 있다. 독자들을 가득 실은 그 기차는 석탄이나 전기의 힘으로 나아가는 대신에 사람들의 머릿속에, 그 비밀스런 공간 속에 웅크리고 소리 없이 숨어있는 욕망들을 자양분으로 먹으면서 힘차게 달려 나가고 있다.
기차에 탄 독자들은 <길안에서의 택시잡기>에 실린 몇 편의 시들만 보고서도 자기가 타고 있는 기차가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그곳은 고사속의 인 물이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라고 외치기 위해 향했던 숲, 소리 높여 외쳐보고 싶었으나 가슴속에 깊게 숨어있던 사회적인 억압에 대한 폭로, 어떤 비밀도 더 이상은 비밀이 될 수 없는 그런 장소이다. 기차가 달리는 내내 우리는 살랑살랑 불어오는 장정일 시의 언어들로 인해 자유와 통쾌함, 그리고 가슴 한구석에 박혀있는 석연치 않은 씁쓸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시를 하나하나 살펴보자. 그는 억압된 것들만이 아니라 인간내부에 숨어있는 그간 기억하지 못했던 것들도 쉽게 추억하도록 도와준다. 가령, 를 읽어 보면 그 동안 생각해 보지는 못했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자기 자신만의 아련한 추억이 떠오를 것이다. 우주같이 신비로운 추억들이 이제는 집채, 공룡만큼 커져서 자기의 의식을 꽉 메우고 있는 것을 인식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 추억이 너무 커서 우리가 그간 잘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