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정세랑 월드의 시작점이자 정수!신선한 상상력과 다정한 문장으로 정확한 위로를 건네는 작가 정세랑의 첫 번째 소설집 『옥상에서 만나요』. 장편소설 《이만큼 가까이》로 창비장편소설상을, 《피프티 피플》로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장편소설에 새로운 활력을 더하고 있는 저자가 2010년 작품...
베님의 추천으로 읽은 책. ‘골 때릴 수 있으니 주의하라’라고 했다. 응? 왜 그런말을 하나 싶었는데, 읽어보니 실실 웃음이 나왔다. ‘왜 골 때리는 지 알겠다’ 싶었다.
나는 보통 책을 읽고 리뷰를 쓸 때 그 책 내용을 더 잘 기억하고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사유를 많이 하는 편이다. 무슨말이냐하면 그냥 줄거리 그대로 해석하고 느끼면서 읽는다기보다는 이 내용 안에서 이 작가님은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 사회의 어떤 점을 비판하려고 넌지시 쓰신걸까 고민해보기도 하고, 나의 삶에 있어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내가 배울 수 있는 점은 뭘까하면서 대부분 리뷰하곤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점이 별로 적용되지 않는 듯 하다. 물론 일정부분 한국사회에 대해 비판적인 내용이 암시적으로 담겨져 있는 내용도 있지만, 그것이 핵심이 아닌 듯 했다. 그냥 그 줄거리 자체를 즐겨야 했다.
정세랑은 말도 안 되는 상상을 경쾌하게 풀어낼 줄 아는 몇 안되는 작가다. 그녀의 작품을 읽다 보면 삶의 모순 속에서 허우적대기 보다, 산뜻함과 가벼운 웃음을 무기로 현실의 괴리감과 맞서 싸울 수 있는 긍정의 힘을 얻게 된다. <옥상에서 만나요>는 정세랑 작가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여러 문예지에 발표한 단편소설들을 묶은 작품이다. 이 소설집의 첫 단편 ‘웨딩드레스 44’부터 정세랑 소설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그녀의 전작 장편인 피프티 피플을 읽은 이라면 특히!) ‘웨딩드레스 44’는 같은 웨딩드레스를 거쳐간 여성 마흔네 명의 사연을 담고 있다. 달콤함과 씁쓸함을 동시에 갖춘, 하지만 먹다 보면 기분 좋게 웃음 짓게 하는 초콜릿 같은 작품이다.
‘옥상에서 만나요’에서는 사람의 절망을 빨아먹는 정체불명의 괴물을, ‘영원히77 사이즈’에서는 원치 않게 흡혈귀가 되어버린 여자를, ‘해피 쿠키 이어‘에서는 사고로 절단된 귀에서 과자가 자라는 외국인이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