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온고지신 우리고전문학 시리즈. 학년별로 10종이 넘는 초.중.고 국어 교과서 및 18종 문학 교과서에 실린 고전문학을 꼼꼼하게 검토,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고 문학적으로 높이 평가받는 작품, 수능 시험에 자주 출제되는 작품 등을 뽑아 52권으로 묶었다. 동화 작가들이 원전의 글맛과 뜻을 그대로...
중국 명나라 때 주생이라는 인물은 과거 시험을 포기하고 강호를 유랑하다가 고향에 이르러 어릴 적 벗이었던 기생 배도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주생은 배도가 자주 드나드는 노 승상 댁에서 승상의 딸 선화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이를 알아차린 배도는 사랑을 잃은 괴로움에 병이 들어 죽는다. 주생은 어렵사리 선화와 혼인을 약속하지만 임진왜란이 일어나 종군 서기로 징발되어 선화에게도 알리지도 못한 채 조선에 오게 된다.
주생전은 주생, 즉 남성의 시각에서 서사가 진행된다. 그 결과 여성은 타자화 되어 보여지는 대상이 된다. 첫 번째 예가 여성 인물의 외모 중심 서술이다. 배도와 선화에 대한 첫 설명은 그들의 외모에 관한 것이다. 그들이 얼마나 아름다우며 무엇을 닮았는지 아주 자세하게 묘사한다. 주생과의 첫만남 이후에도 저자는 여성 인물의 외모를 언급하며 이를 강조한다. 이런 저자의 태도는 여성의 덕목은 외모뿐인가 하는 물음을 갖게 한다. 물론 작품 속에서 여성 인물들이 시 짓는 모습이 나오긴 하지만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될 뿐 행위 자체에 집중하지 않는다.
주생전은 주생이 배도와 동침을 한 후 약속대로 그녀를 기녀에서 제외해주겠다고 하였지만, 이내 승상부인의 아들 국영을 가르치는 핑계로 선화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안타까운 인물은 배도라고 생각한다. 배도는 기녀였으나 기녀로 남고 싶지 않은 인물이다. 때문에 주생과 정을 통하는 대가로 그가 출세하거든 자신을 기녀에게 제외시켜 달라 요청한다. 동시에 주생을 연모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그가 잘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선아, 선랑이라 서로를 칭하며 사랑을 나눈다고 여겼지만, 주생의 마음은 이미 선화에게 푹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한 후였다. 배도는 주생에게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인물이다. 수업 시간에도 배웠지만 여성은 스스로 출세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남성의 출세가도를 돕고 거기서 따라오는 이득을 조금 나누는 방식에 머물렀다.
이 작품은 조선시대 광해군 때에, 문인 권필( 權 )이 지은 한문 전기( 傳奇 ) 소설이다. 임진왜란 때 이여송 장군의 서기로 따라온 주생으로부터 작가가 직접 전해 들었다고 전해지며, 주생이라는 인물이 배도( 俳桃 )와 선화( 仙花 )라는 두 여인들 사이에서 벌이는 애정의 삼각 구도와 전란 ( 임진왜란 )으로 인한 이별과 죽음을 작품의 주된 내용으로 다루고 있다.
처음 이 작품을 접했을 때, 내가 들었던 생각은 주생전이라는 작품은 지금까지 읽었던 고전소설 중에서도 매우 현대적인 사랑이야기라는 것 이었다. 작품의 배경이 조선시대 인 것 뿐, 이 작품을 인물의 성격이나 배경만 바꾼다면 스토리를 현대판으로 각색해 보아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고 여겼으니 말이다.
고전소설 ‘주생전’은 1593년 권필에 의해 지어진 한문소설이다.
소설은 임진왜란으로 인해 조선에 파병된 중국의 선비 주생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나’는 주생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안타깝고 아름답게 보아 글을 썼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소설의 ‘나’와는 반대로 주생의 이야기가 인간의 나약하고 추악한 모습과 욕망들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설은 주인공인 주생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주생은 어릴 적부터 총명하여 태학에도 일찍 들어갔다. 태학을 다닌 지 수년이 흘렀으나 계속 과거 시험에 낙방을 하였다.
그러자 주생은 더러운 속세에 허덕이며 아까운 청춘을 보낼 수 없다고 말하며 과거에 대한 뜻을 포기하고 장사에 뜻을 둔다.
그리고 장사에만 구애되지 않고 내키는 대로 돌아다녔다.
나는 이 부분에서 주생이 변덕스럽고 자기합리화적인 성격과 나약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몇 번 떨어졌다고 해서 금세 과거를 포기하고 다른 일에 뜻을 두었기 때문이다.
이런 그의 성격은 고향인 전당으로 돌아가서도 계속 볼 수 있다.
두 여자 사이에서의 갈등하는 주생에 대한 이야기다. 기생이지만 시에 능하고 현명한 배도, 그리고 어리지만 현명하고 배도와는 다른 아름다움을 지닌 부잣집 따님 선화 이 둘 사이에서 고민하는 주생은 여자의 입장에서 봤을 땐 무척이나 기분 나쁜 인물이다.
속세에 욕심을 버리고 떠난 여행에서 만난 옛 소꿉친구 ‘배도’는 그에게 한평생 사랑해줘야할 대상이 아니라 그 순간을 충족시켜줄 누군가였던 것 같다. 주생은 배도로부터 육체적, 정신적으로부터 다 충족시킴을 받는다. 그러나 선화를 보고나서는 그 마음이 변하기 시작한다.
1593년 권필이 지은 한문소설로 저자가 봄에 송도에 갔다가 역관에서 이 작품의 주인공인 주생을 만나 필담으로 그의 행적을 듣고 돌아와 적은 것이다.
특히 고전소설의 특징은 대부분 황당무계하고 비현실적인 내용이 많으나 이 소설은 고전소설 치고는 남녀의 애정행각을 그렸다는 점에서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관점에서 보아도 상당히 현실적이고 인간의 영원한 숙제인 사랑을 주제로 쉽게 쉽게 풀어나가고 있다. 내용은 현대의 통속적인 사랑에 대한 소설과 다를 바 없으나 허황되거나 과장이 없어 새로운 신선함도 제공해준다.
주생전의 줄거리부터 말하자면 이러하다. 주생이라는 선비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