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은 읽는 독자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기도 합니다. 이 책이 제겐 꼭 그랬습니다. 분명 소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다 읽고 난 후 소설가 장강명의 대표작을 감히 이 책으로 꼽고 싶어질 정도였습니다.
이 책의 제목은 <팔과 다리의 가격>입니다. 다소 희한한 제목입니다. 팔과 다리의 가격이라니. 이 책은 논픽션이긴 한데, 르포인지 에세인지를 모를 만큼 자유로이 그 영역들 사이를 오고 갑니다. 처음에 논픽션이라고 한 이유는, 이 책에 주인공처럼 등장하는 한 소년이 바로 북한이탈주민 지원단체 NAUH의 대표인 지성호 씨이기 때문입니다.
지성호씨는 팔과 다리가 없습니다. 북한의 대기근이 일어난 ‘고난의 행군’ 시절에, 석탄을 먹을 것과 바꾸기 위해 기차에서 목숨을 걸고 석탄을 훔치려다 제때 기차에서 뛰어내리지 못하고, 전봇대에 부딪쳐 팔과 다리를 잃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