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시를 잊은 그대에게』는 이공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시 읽기 강좌, 정재찬 교수의 ‘문화 혼융의 시 읽기’강의의 내용을 바탕으로 집필한... 친숙한 46편의 시를 담고 있는 이 책은 평론의 언어를 그대로 답습하여 문학으로부터 독자를 소외시키고 마는 현 문학교육의 엄숙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마치...
저자인 정재찬 교수는 자신의 강연에서 키팅 교수가 되고 싶다고 하였다. 키팅 교수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이야기 전개를 이끌어가는 인물이다. 그는 아이비리그로 다수의 학생들을 입학시키는 명문 고등학교의 문학 선생으로 부임하는데, 학생들에게 책을 찢고, 책상 위로 올라가 작품을 가슴으로 읽으라 한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묻는다. 넌 도대체 누구냐고.
책의 정확한 제목은 ‘시를 잊은 그대에게, 공대생의 가슴을 울린 시 강의’ 이다. 공대에 관해서는 최상위 명문대학으로 손꼽히는 한양대에서, 왜 그는 공대생에게 시를 들려주는가. 또 한양공대생들은 그의 이야기에 왜 가슴으로 울었는가. 이제는 취업사관학교라며 자신들을 홍보하는 대학마저 등장한 상황에 대학은 더 이상 취업으로 가는 중요 문턱 그 이상 이하로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중략)
참 많은 시들이 있다. 인생을 노래하는 다양한 언어로 시는 우리 곁에 있다. 자연을 노래하는 다양한 언어로 시는 우리 곁에 있다. 때론 슬프고, 때론 격정적인 환희의 감정을 마음껏 표출하는 시의 언어가 우리 곁에 있다. 이런 시를 따분하다고, 재미없다고 외면하는 것은 시를 너무 우리 일상과 괴리된 존재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가 생각난다.”라고 해도 시요, 좀 더 멋지게 “얼핏 잠결에 들어오셔서 슬그머니 곳감을 놓고 가셨던 할아버지가 그립다.”라고 표현해도 시이다.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드는 생각 중 하나는 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별의 모습이 단지 별의 과거모습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프록시마 센타우리라는 별 마저도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임에도 불구하고 약 4.4광년 정도 떨어져있어 결국 우리가 보는 별의 모습은 4년전의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렇듯 별은 물리적으로 봤을 때 우리에게서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다. 이처럼 다가설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일까. 별은 더욱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대상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어 왔다. 여러 서사시들이나 한시, 그리고 전해져 내려오는 옛이야기처럼 별에 관련된 수많은 이야기에서 별이 단순한 대상으로 묘사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이를 잘 보여준다. 잘 알 수 없는 대상이기에 그에 대해 할 수 있는 상상의 범위가 더 넓기 때문인지 현재까지도 별에 대한 문학은 쉼 없이 생성되고 있다. 이처럼 광대한 우주 속에 수 없이 펼쳐져 있는 별과 여러 성운들의 불가사의한 부분은 나에게 다른 대상보다 더 큰 관심을 가지게 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우선, 나는 평소에 시를 가까이 한 적이 없을뿐더러 시와 친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제목을 봤을 때 나를 이야기 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묘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읽고 난 후에는 제목을 너무 잘 지은 것 같다며 감탄을 했었다. 이 책은 시와는 거리가 멀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도 사실 시라는 것은 당신의 이야기라고 ‘어려울 것이 없다’고 다정하게 말해오는 것 같았다. 저자는 각 12개의 시상을 늘어뜨리고 각 장마다 한 가지의 시상에 관련하여 노래와 영화, 광고까지 폭넓은 부분에서 끌고 나와 들려줌으로써 그 의미와 정서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 중에서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라는 글이 적혀져 있는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한참을 생각하게 하였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는 정재찬 교수님이 한양대학교에서 가르친 교양 수업올 옮겨놓은 책이다. 원래는 다른 책을 사려고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있었는데 여러 책을 둘러보다가 시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공대생의 가슴조차 울린 시 강의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어서 인터넷 서점을 통해 사보게 되었다. 처음 나온 시는 신경림 시인의 <갈대>였다. 처음 그 시를 소개할 거라는 문장을 읽자마자 든 생각은 ‘신경림 시인 = 민주화 운동’이었다. 풀, …같은 시들이 당연히 떠올랐다. 그렇게 배경 지식을 떠올린 채로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갔는데 신경림 시인의 <갈대>가 끝날 때까지 그런 이야기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시를 읽어 내리면서도 나는 이 시어가 상징하는 것은 무어고 이건 무어겠거니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이 책의 글쓴이는 그 저 이 시룰 느끼는 방법만을 말하고 있었다. 책에 소개된 첫 작품에서 나는 내가 여태 시를 잘못 읽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내가 여태 봐왔던 시들이란 교과서나 시험지에서 보던 게 전부였다.
언젠가 내가 좋아하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등장하는 키팅 선생님의 말이 떠오른다. “의술, 법률, 사업, 기술은 모두 고귀하고 생일 유지하는데 필요한 것이지만, 시, 아름다움, 낭만, 사랑은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이다.”이다. 닷컴 열풍에 이어 실리콘밸리에 각종 IT 기업들이 난무하는 이 세상에서 다시 인문학이 주목을 받고 있다. 스티브 잡스와 마크 저커버그를 필두로 하여 IT기업의 대가들이 ‘인문학’에 주목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치열하게 경쟁하고 살아남아야 하는 약육강식의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아름다운 것’을 잊고 산지 오래이다. 나 역시 그렇다. 언제부턴가 좋아하던 문학 작품들을 멀리하고 실용서들만 접하게 된 것 역시 사실이다. 요즘은 ‘문송합니다.’라는 말이 들린다. ‘문과여서 죄송합니다.’의 줄임말로서 문과들이 취업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책 <시를 잊은 그대에게>는 특히 공대생들의 가슴을 울리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나에게 시란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 학창 시절에 입시를 배운 시. 그것 말고는 내 삶과의 연결고리는 없었다. 그러다 우연하게 한 TV 프로에서 웹툰 작가인 기안 84가 휴식을 취한 일상을 조용히 시로 옮기는 장면을 보았다. 누구에게나 있는 휴식의 일상일 수 있지만 시가 더해지면서 그 일상은 특별함이 되고 풍요로워 졌다. 이처럼 시는 일상적인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생명을 불어 넣었다. 시를 잊고 있었던 내게 이처럼 어느 날 갑자기 시가 다가왔다. 그 후 우연히 읽게 된 다고 기치로의 ‘생명의 시인 윤동주’라는 책을 통해 시에 대한 나의 마음은 커졌다.
나를 지칭하는 듯한 ‘시를 잊은 그대에게’ 제목의 이 책이 눈에 들어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책은 한양대학교 국어교육학과 정재찬 교수님이 시에 대한 강의를 추려 엮었다.
머리말에 보면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이제 감히, 대학 입시 때문에 지금도 억지로 시를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든, 시를 향유하는 자리에서 소외된 노동하는 청년이든, 심야 라디오에 귀 기울이며 시를 읊곤 하던 한때의 문학소녀든, 시라면 짐짓 모르쇠요 겉으로는 내 나이가 어떠냐 하면서도 속으로는 눈물 훔치는 중년의 어버이든, 아니 시라고는 당최 가까이 해 본 적 없는 그 누구든, 시를 잊은 이 땅의 모든 그대와 함께 나누고파 이렇게 책으로 펴냅니다.” (7쪽)
너무나도 나에게 필요한 책이다. 내가 바로 대학 입시 때문에 억지로 시를 공부했었고, 지금은 시를 잊고 지내는 그 누군가였다. 이렇듯 우연하게 다가온 시에 대한 마음이 필연적으로 이 책을 읽는 것으로 귀결되지 않았을까 하는 멋진 상상을 하면서 책을 읽었다.
책은 총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차례를 보면서 각 주제를 한번 읽어보고 거기에 있는 시의 제목만 보고 내용을 상상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내가 아는 시도 있고 생소한 시도 있다. 일단 차례를 보고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자.
마지막 독후감으로 ‘시를 잊은 그대에게’를 읽었다. 고등학교 때 수능을 준비할 때는 시를 많이 읽었고 그 시를 분석한 해설서를 많이 보고 외우고 파란생, 빨간색 같은 것은 시각적 효과 말이 조금 안 되는것이나 애매모호한 것은 ‘시적허용’이라 한다 등등 이렇게 외우고 고전문학 마저도 분석을 하여 외우며 문학을 분석적 접근을 통해서 우리는 시를 공부했고 시는 어쩌면 재미없고 이해하기 힘든 마치 바둑을 둘 때 몇수앞을 바라보듯 여러 가지의 상황을 고려하여 해석과 해설을 하며 외워야 하는 그런 것이었다. 시의 단어 하나하나를 분석하고 함축된 의미와 시대와 현실에 맞추어 재해석을 가한다. 하지만 그런 방식의 풀이가 정말로 맞는 해설일까? 오죽하면 시를 쓴 사람이 자신의 시가 수능문제에 나온 것을 풀어본 적이 있는데 본인의 시에 대한 해석의 수능문제를 풀어도 틀리는 그런 경우가 생기게 되었다. 시나 그림 같은 예술작품은 그것을 만드는 사람이 의도한 바가 아닌 다른 권위있는 집단이 해석을 가하고 그 사람들이 정답을 만들어 놓은 것이 진실인 것처럼 널리널리 배포가 된다.
요즘 젊은 세대들 중에 1년에 한 번이라도 시집을 찾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소녀도 시보다는 대중가요에 더 관심을 가지고 찾아듣는 것이 현실이다. 한마디로 요즘 학생들에게 시란 향유의 대상이 아니라 시험을 보기 위한 공부 대상으로 전락했을 뿐이다. 그러니 시의 매력은 알 수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시로 인해 힘든 경험을 하니 시는 언제나 멀리 피해야할 대상인 것이다.
저자 정재찬은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로서 이 책은 한양대학교의 문·이과 통합 교육의 일환인 ‘융복합 교양 강좌’ 중 이공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시 읽기 강의를 바탕으로 쓰인 에세이다. 딱딱하고 복잡해 보이는 공학 서적 대신 잠시 여유를 갖고 시를 접한다면, 또 다른 생각의 샘에 자극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