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이후 4년 만에 펴낸 허수경 시인의 네번째 시집. 고향인 진주 말을 살려 쓴 제1부 '진주 말로 혹은 내 말로'가 근원에 대한 그리움의 상상력을 나타낸다면, 그의 전공인 고대동방고고학을 연구하며 발굴 현장에서 발로 뛴 내용들을 담은 제2부 '새벽 발굴'의 시편들은 시공을...
시인 허수경은 좋은 시를 쓴다. 그녀의 시를 읽으면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나쁜 글을 읽으면 이 글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뭐가 어떻게 나쁜지 말하자면 끝도 없겠지만 짧게 말 하면 이상하다. 무의미하게 불편하고 더럽다. 다행히 좋은 글을 읽으면 그 글이 좋다는 걸 금방 안다. 좋은 글을 읽은 후 나쁜 글을 읽으면 나쁜 글의 단점이 더 명확하게 보인다.
나는 뭔가 찜찜한 느낌을 받으면 그 글을 읽기를 멈추고 좋은 글을 읽어본다. 그리고 한참을 좋은 글에 빠진 다음 다시 찜찜한 글을 읽어본다. 그러면 바로 알 수 있다. 그 글이 진짜 어떤 글인지를.
나는 독서를 즐긴다. 많이 읽다보니 안목도 있다. 나는 가리지 않고 읽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이상하게 찜찜한 작품이 걸린다. 내 마음을 이상하게 만드는 글, 작가의 사상이 의심되는 글, 작가의 의도가 너무 빤해서 오히려 실소가 나오는 글이 걸린다.
일단 그 글을 읽는다. 읽을 수 있는 만큼은 읽는다. 그리고 멈춰서 좋은 글을 읽어본다. 허수경의 시나 문태준의 시나 그 밖의 좋은 글을 읽는다. 그리고 다 읽었거나 읽다 만 작품으로 돌아간다. 좋은 음식을 먹던 사람은 불량 식품을 먹으면 알레르기 반응이 온다. 불량 식품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하지만 독극물은 가려야 한다. 독극물과 같은 글도 있다. 그런 작품을 캐치할 수 있도록 내게 나침반 역할을 하는 작가가 허수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