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주장하거나 소수의 저항을 이기주의로 매도하는 우리 사회의 논리는 다수결의 정당성과 의사 결정 과정의 공정성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이 책은 우리가 다수의 이익이라고 믿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다수결이 정말로 공정한지를 의심해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다수의...
“다수결의 논리에 익숙한 사람들은... (중략)... 공정하다면 다수를 위해 희생하는 게 당연한 걸까요?” (책 1강 46쪽 中)
이 구절은 책의 제목인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정당한가?’를 대표하는 구절인 것 같다. 흔히 우리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논리를 담고 있는 공리주의를 내세워, 주로 우리가 소수와 다수 중 다수에 속해있을 때 이 논리를 스스럼없이 꺼내곤 한다. 항상 소수 측보다 인원수가 많은 것을 앞세워서, 많은 인원이 적은 인원을 압박하는 형태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 구절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그동안 나도 다수결의 논리를 내세워 어떤 일을 정당화시켰던 적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지역 발전을 위해 희생하는 노점상들과 노동자들, 안보를 위해 희생하는 강정마을 주민, 그리고 대도시의 전기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밀양 주민들을 예시로 들어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이라는 논리의 타당성에 의문을 던진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세 가지가 있다. 철학을 보는 관점, 소수에 대한 다수의 혐오와 폭력, 그리고 평화이다. 이에 대해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는 철학을 보는 관점이다. 이 책을 읽기 전, ‘철학’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나에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고리타분한 이론, 딱딱함, 어려움 등이었다. 이는 철학을 동사로 이해하지 않고 명사로 이해해 발생한 문제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린 일상생활에서 빈번히 철학적 사유를 한다. 예를 들어, 용돈을 나를 위해 쓸지, 혹은 남을 위해 쓸지 고민하고 판단을 내리는 것조차 아주 간단한 철학적 사유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철학은 ‘본질을 인식’하는 것이다. 책에 나온 표현을 빌리자면, 이는 끊임없이 현상의 이면에 놓인 진짜 모습이 어떤지 들여다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