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초기 중단편을 중심으로 전개했던 현대소설과 역사, 종교를 다룬 장편ㆍ대하소설을 지나 소설가 최인호의 ‘제3기의 문학시대’가 열리는 시발점이 되는 기념비적 작품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장편의 분량과 형식을 취하면서도 간결한 구조와 압축된 문제의식으로 인해 단숨에...
1. 도서 선정 계기
오랫동안 관계를 맺었던 존재들이 다음 날 갑자기 낯선 존재로 변해버린다면 어떤 느낌일까? 이리 질문을 던진 이유는 아직 경험해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내가 기억을 못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과거의 기억이 희미해져 그 흔적을 찾을 수 없기에.
이번에 읽은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최인호 작가가 침샘암으로 별세하기 2년 전인 2011년에 출간한 장편소설이다. 이와 동시에 그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그에게 있어서 이번 소설은 몇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 중 한 가지가 바로 누구에 의해서가 아닌 자발적으로 집필한 최초의 전작소설이라는 점이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지금까지 출간한 그의 모든 소설은 외부 청탁에 의해 쓴 신문이나 잡지의 연재소설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 쓴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스스로의 열망으로 쓴 최초의 장편소설이며, 다른 누구도 아닌 오로지 자기 자신을 독자로 설정한 수제품이라고 한다.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작업을 어떻게 완성할 수 있었는지 나로서도 불가사의하다. 내가 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불러주는 것을 받아 적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경외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
- ‘작가의 말’ 中에서
만약 작가가 지금까지도 살아 있다면 직접 물어보고 싶다. 도대체 무엇을 남기고 싶었는지, 그리고 무엇을 전달하고 싶었는지 말이다. 하지만 그 해답은 이 소설을 쓴 저자도 모르지 않을까 싶다. 독자를 자기 자신으로 한정시켜 집필했으니, 당사자도 완전히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을 것이기 때문이다.
2. 핵심 내용 및 내 생각
토요일 아침, 눈을 뜬 순간부터 자신이 쓰는 향수의 브랜드를 시작으로 아내, 아이, 그리고 이외 만나는 다른 사람들 모두 낯선 존재로 느껴지기 시작한 주인공 K.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K도 처음에 혼란스러워하더니 다시 무덤덤해진다.
최인호, 이 사람은 누구인가? 녹색 창에 검색해서 찾아보니 8년 전 암 투병 끝에 별세하신 분이라 나왔다. 지금 생각해보니, 과거 뉴스에 보도되었던 기억이 흐릿하게나마 났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를 처음으로 접한 곳은 책이 아닌 라디오 방송이었다. 7년 전, 제대 후 재수생 시절, 책 읽어주는 라디오 방송으로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내용에 점점 몰입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사서 읽고 싶어졌고, 충동적인 호기심 덕분에 난 중고서점에 바로 달려가 구매했다. 근데 기대와 달리 첫 완독 후 나의 반응은 실망스러웠다.
‘엥? 뭔 소리를 하는 거지?’
10대 학창 시절 때부터 책을 달고 살았다면 분명 흥미를 갖고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유추 정도는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독서에 습관화되지 않은 나로서는 모든 내용들이 하얀 것은 종이, 까만 것은 글씨에 불과했다.
이 소설은 내가 읽어본 소설책과 느낌이 와주 달랐다. 한국문학계에서 이름이 있는 작가 최인호가 암과 투병하면서 두 달 만에 탈고했다는 장편소설이다. 그래서인지 작가는 수백편의 작품 중 한편을 꼽자면 이 소설책을 꼽는다고 적어놓아서, 내심 깊은 관심과 기대로 책을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갑자기 속이 거북하기 시작했다. 불필요한 비유의 나열, 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무관한 사건의 삽입, 아무 긴장감도 없이 시시콜콜한 장면의 기술.......몇 번이나 덮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그래도 무언가 있을 거라는 기대로 던져버릴 수는 없었다.
K는 정신이상자도 아니고 환각증의 병증 있는 환자도 아닌, 평범하고 성실한 직장인이자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다. 그가 토요일 아침 자명종 소리의 의혹에서 시작하여 월요일까지 사흘간 겪는 현실과 환상 사이의 혼돈을 그린 소설이다.
내가 혼자가 됐을때 나를 알아봐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나는 과연 나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불닭을 먹으면서도 어쩔때는 매우면서도 잘 먹을때가 있는 반면 못먹을 때도 있다. 술을 마실 때도 잘 먹는 날이 있는가 하면 못먹는 날도 있다. 때론 타인이 낯설어 질때도 있다. 그럴때면 나는 외톨이가 된다. 나의 잘못된 점들을 고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타인들이 먼저 알아본다. 그리고 나의 이런 점들을 알아보는 사람들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타인이 바뀐 것처럼 느껴지지지만 그들도 모르는 사실을 발견해준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없다. 그들도 자각하지 못할 뿐더러 내가 미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부터 들기 때문이다. 나의 과거를 파헤칠수록 이상한 점들이 많이 보인다. 그래도 결국 그건 나다. 나의 잘못과 잘한 점들을 되돌아보면 내가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을 상기시키면서 나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1. 저자 소개
서울에서 3남 3녀 중 차남으로 출생하였다. 1958년 서울중학과 1961년 서울고교를 거쳐 1964년 연세대학교 영문과에 입학하여 1972년에 졸업하였다. 1963년 고등학교 2학년 때 단편 《벽구멍으로》가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입선, 1967년 단편 《견습환자》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이후 '1970년대 작가군의 선두주자' 라 불리며 군부독재와 급격한 산업화로 인한 인간 소외가 극을 이루던 1970년대 초 한국문단에 소설붐을 일으켰다.
2. 나의 서평
원래 책을 잘 읽지 않던 나라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책이면 금방 책 내용을 잊거나, 책을 덮어버리곤 했다. 실패하지 않는 선택을 하리라, 서점에서 베스트 셀러에 올라있는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제목으로 충분히 내 관심을 끌 수 있었다. 뭔가 흥미로운 제목이라서 두꺼운 책인데도 거부감 없이 첫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