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최연소 외교관으로 활약한 헤이그 특사부터 시베리아에서의 항일투쟁, 의문의 실종과 죽음까지. 엄혹한 시대의 한가운데서 한 인간이자 투사로서 맞닥뜨린 고뇌와 결단, 결코 흔들리지 않았던 의지, 치열했던 순간들. 조국의 광복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독립운동가 이위종의 불꽃같은 생애가 지금, 우리 앞에...
한국사를 공부했던 평범한 대한민국의 학생이었다면, 그의 이름을 한번은 들어봤을 것이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면 ‘헤이그 특사’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구한말 고종황제가 국제사회에 조선의 비참한 상황을 알리기위해 보냈던 마지막 희망이자 꺼져버린 불꽃이라는 표현을 들었을 때, 콧수염에 양복을 입고 나란히 사진을 찍은 세 남자의 사진은 떠오를 것이라고 믿는다. 이위종은 그 중 한 사람이었다.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최소한 내가 ‘유라시아 한인문화 탐방’수업을 수강하고 ‘시베리아의 별, 이위종’이라는 책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책에 소개되었던 것처럼, 그의 유년기는 공사였던 아버지 이범진을 따라 전 세계를 유랑하고 유학하며 당시 일반적인 조선인들이 받을 수 없었던 높은 수준의 국제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당시 일본에 유학을 가며 인텔리가 된 케이스들은 많았지만, 서구의 국가들을 경험하며 이위종과 같은 교육을 받은 케이스는 매우 드물었을 것이다. 실제로도 국제법 과정을 최초로 수학한 조선인이라는 설명도 책에 소개되었으니 말이다. 미국과 프랑스, 그리고 러시아라는 당시의 국제 패권을 다투던 강대국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그에게 과연 조국의 상황과 미래는 어떻게 느껴졌을까? 잠시 그에게 감정이입을 해보았다.
최근 들어 친구들과 정치나 경제에 대한 의견을 나눌 때 내가 종종 쓰는 말이 있다. 바로 “행동하지 못하는 지식인의 저주”라는 말이다. 차라리 아예 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덜 받았더라면, 아무런 감각 없이 혹은 깊은 고민과 고뇌 없이 지나갈 수 있는 세상의 많은 일들, 정치, 시사, 경제, 국제문제와 같은 일들이 높은 학력을 가지고, 최고 수준의 교육환경에서 숨쉬고 있는 우리에게는 도저히 무시하거나 무감각할 수가 없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 ‘행동’할 수 있는 지식인은 과연 몇이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