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주목 받는 젊은 작가 박형서의 새 소설집. 2003년 첫번째 소설집 『토끼를 기르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문학과지성사)이후 3년 만의 두번째 소설집이다. 72년생인 작가 박형서는 동세대 작가인 김중혁, 이기호, 편혜영 등과 함께 한국 문단에 젊은 숨결을 불어넣으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나가는...
박형서「자정의 픽션」은 읽으면 읽을수록 무게감이 더해지는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처음에 한두 번 읽었을 때는 소설 속 장치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이야기만을 받아들였을 때의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조금 더 곱씹어 보면 예상외로 깊은 의미들이 작품 곳곳에 숨어있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이 작품을 읽고 나서 소설은 이렇게 써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작가는 이토록 많은 의미를 숨기기 위해서 얼마만큼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두려운,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나’는 작품 첫 장에서 알 수 있듯이 ‘학원에서 아이들과 씨름하며’ 하루를 보내는 학원 선생님이다. 작품은 ‘나’가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데, ‘나’의 집에는 ‘그녀’라는 다른 인물도 함께 살고 있다. ‘그녀’의 직업 역시 작품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그녀’는 ‘마트에서 풀타임으로 뛰는 아가씨’라고 묘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