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의과대학에 진학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동기중 하나를 준책이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이었다. 왜였을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 책을 선택한 이유 말이다.
생각해보면 동의보감(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은 나와 꽤 오랫동안 관계를 맺고 있는 듯 싶다. 이미오래전 어렸을 적에는 마냥 재미있는 소설중의 하나로서 조금 더 나이가 들어서는 추천 교양도서로 지금은 독후감을 쓰기 위해 다시 읽고 있다. 그러나 다른 도서와는 다른 면이 동의보감에는 있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또한 새로운 감동이 항상 내 가슴을 상쾌하게 채워주는 이유는 나도 잘은 모른다. 아마도 ‘허 준’이라는 한 인간이 지니는 묘한 끌림과 그의 인간성이 범인의 것과는 다름에 그를 부러워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음으로써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리라. 그는 백성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하였으며 환자를 진정으로 소중히 여길 줄 아는 희생정신이 있었다.
각설하고 책을 읽고 자료를 찾아보면서 ‘허 준’이라는 인물에 대해 새로운 의문이 생기게 되었다. 저자의 서설에서도 밝힌바가 있는 정일품 보국숭록대부에 양평군이라는 작호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중인의 신분으로 정일품까지 오른 것은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는 조선 중기로서 신분차별이 극에 다른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업적이 뛰어나더라도 타고난 신분의 한계를 초월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어미가 천인임에 자손대대로 천인일 수밖에 없었던 ‘허 준’이 천인의 신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내의원 취재에 입격하는 길 뿐이었다. 내가 의과대학에 진학한 이유도 의사의 사회적 지위가 고려대상이 되었음은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당시 어의였던 ‘양예수’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종오품이라는 관직이 양반이 아닌 신분으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였던 것 같다. 아마도 사대부라는 작자들의 반대가 심했던 까닭이리라. 그러나 ‘허 준’은 당시의 그러한 관습이 모두 무시된 관직에 있었다. 명종 조에 태어난 ‘허 준’은 자는 청원, 본관은 양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