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8권은 <사양>이다. <사양>에는 다자이의 후기 대표작인 '비용의 아내', '사양'을 포함한 1946년 7월부터 1947년 10월에 걸쳐 발표된 소설 열한 편에 더하여, 1945년 1월에 발표된 고전 각색 작품 '새로 읽는 전국 이야기'를 실었다. 다자이는 전후 민주주의의 광풍 속에서 도쿄 미타카의 옛집으로 돌아와...
『사양』은 내가 성인이 된 이후로 읽은 책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책이라 할 수 있다. 『사양』은 책을 좋아하던 언니의 추천을 받은 책인데, 이 책에 나오는 “‘사랑’이라 썼다가, 그 다음은 쓰지 못했다.” 라는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는 단순한 이유로 읽기 시작했다. ‘사양’은 “저녁때의 햇빛. 또는 저녁때의 저무는 해.”, “새로운 것에 밀려 점점 몰락해 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즉, 『사양』은 제목 그대로 사양의 길에 접어드는 등장인물들의 삶을 다룬 책이다.
‘패전‘, ’몰락‘, ’파멸‘. 1947년,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이 간행될 당시 일본 사회를 대표하는 단어들이다. 패전 후 일본의 사회적 분위기는 절망적이고 비참했다. 때문에 이러한 분위기 속에 정신적인 공황 상태를 경험하고 있었던 일본의 젊은이들 사이에 '사양'은 사양족이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로 거센 열풍을 가져왔다.
“소설 중 사랑과 혁명을 쟁취하기 위해 강인하고 자립적인 삶을 선택하는 여성 주인공의 독백은, 다자이 문학 하면 으레 떠올리게 되는 어둡고 파멸적인 세계관과 달리 희망적인 빛을 품고 있으며 시적인 감동까지 선사해 준다.”라는 책 해설가의 말로 추정해보자면 다자이 오사무는 고뇌가 가득해 파멸의 길로 자기 자신을 밀어 넣는 것과는 달리 '사양'을 통해서 당시의 일본 사회의 양상을 적나라하게 노출시키고 이에 대한 극복 의지를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었을 것이다.(중략)
시대의 패망 속에 낙오자로 사는 인생 가운데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일까. 주변의 시선보다 가장 두려운 것은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몰락한 자아일 것이다. 과거의 모든 영광을 잃어버린 주인공 가즈코와 나오지는 일본의 구시대 귀족, 일본의 패전 아래 모든 것을 잃어버린 화족 가문의 사람들이다. 소설은 이들의 삶이 현실을 마주하는 가운데 어떤 대응을 하는지 섬세하게 묘사한다. 지독하게 슬프고 비극적인 소설이었다. 인간이 망가지는 것이, 인생이 파멸의 나락 가운데 무너지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가에 대해 소설을 읽는 내내 생각했다. 이 소설은 가즈코라는 여성 주인공을 중심으로 그 주변 인물들, 이를테면 어머니나 남동생 나오지 등에 대해 관찰자의 입장에서 다룬다.
돈이 없다는 것은 몰락한 귀족들에게 아마 견디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비참한 지옥과도 같았다고 가즈코는 소설에서 말한다.
패전 후의 혼란을 넘어서서 현대인의 고독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향해 돌진하는 용기를 그리고 있는 작품 ‘사양’은 자기 파멸의 상징으로 유명한 작가 다자이 오사무 문학의 전모가 가장 잘 드러난 역작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 후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진 당시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다자이 오사무는 1947년에 이 작품을 출간했으며 단숨에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당대에 몰락하는 귀족을 지칭하는 ‘사양족’이라는 유행어를 낳을 정도로 일본 사회에 일대 파문을 일으킨 작품이다. 소설 속 등장인물을 통해 일본 젊은이들의 상실감과 무기력함이 고스란히 표현되고 있었다.
혼란스러운 패전과 시대의 격변 속에서 소설 속의 네 인물의 각기 다른 운명적 선택이 묘하게 얽히며 당시의 사회문화적 배경과 긴밀하게 연결된 긴장감을 주었다. 특히 마지막의 결연한 편지로 마무리되는 결말은 몰락과 희망에 대해 대조적 감동을 주고 있었다. 사양, 저물어가는 해가 마지막으로 남기는 찬란한 빛처럼 주인공의 의지가 엿보인다.
정리: 저녁때의 햇빛, 저녁때의 저무는 해, 새로운 것에 밀려 점점 몰락해 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연관어는 석양. 1947년 12월 발표된 <사양>은 전쟁 후의 귀족이 현실에서 살 수 없는 존재로 나온다. 그 귀족이 어머니다. 고상하고 아름다운 귀족이었던 어머니의 삶이 전반부에 깔려 있다. 딸인 카즈코는 아름다운 어머니가 비천해지고 가난해지면서 병들어 쇠약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가슴 아파하면서도 담담하게 본다. 또 귀족이라는 신분으로 자신 있게 살아보려고 했던 동생 나오지도 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속박당해 마약을 하고 제멋대로 행동한다. 어머니의 귀족적인 모습을 보며 아름답다고 좋아하던 카즈코는 맞닥뜨린 현실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주어진 거친 상황, 밭일, 전쟁 동원되는 일 따위를 받아들이며 순응하려고 노력한다.
정리: <비용의 아내>에서 비용은 프랑수아 비용이라는 프랑스 시인의 이름인데 제목을 시인의 이름에서 따온 것 같다. 프랑수아 비용은 15세기, 프랑스 중세 말기 시인으로 저서는 <작은 유산>, <유언 시집>이 있는데 리얼리스트였고 야유, 조소 같은 표현이 많다고 한다. 그의 생애는 실패의 연속이었는데 백년 전쟁 전후 혼란한 사회 영향도 있지만 나약한 성격의 소유자가 15세기 사회를 살아갈 때 그 자체가 지니는 양면성의 표출이지 않나 하는 점이 다자이 오사무의 삶, 소설 속의 배경과 유사한 점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서 뒤가 켕기는 일 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애당초 없다. 마이너스를 전부 모으면 플러스로 바뀌는 일이 이 세상의 도덕에서 일어날 수 없는 걸까?- 란 글이 마음에 와닿았고 남편이 어떤 천덕꾸러기든 살아 있고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현재에서 참 소중하다.
정리: 오상은 오지상을 줄여서 쓴 말로 아저씨라는 뜻이다. 여기서는 –카부키 <동반 자살 하늘의 아미지마>의 주인공 카미야지헤에의 약칭으로 유녀와 사랑에 빠져 아내 오상을 두고 동반 자살을 한다- 는 해설에서 말하는 오상이다. 이글의 화자도 오상과 같은 입장에 놓여져 있다. 화자는 여성으로 독백하고 있다. 아주 여성스러운 문체다. 독자에게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곁들인다.
정리: 1940~50년대 일본은 전쟁 중이라 될 대로 되라 식이었다. 돈은 돌고 돌아 어떤 이의 손에서 손으로, 무슨 목적으로, 얼마나 잔혹한 대화 속에 건네 졌는지 나(화폐)는 잘 안다. 여러분(인간)도 잘 알 거다. 인간은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면 서로 웃지 못하고 탐욕스럽게 서로 잡아먹는다. 이웃을 욕하고 속이고 밀어 넘어뜨리고 서로 맞잡고 싸우는 우스꽝스러운 비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화폐, 돈은 그런 비루하고 구역질 나는 인간들 속에서 행복은 없었다. 어차피 화폐개혁 한다고 하니 불에 태워지고 싶었다.
정리: 1909년 6월 19일에 태어난 다자이 오사무는 본명이 쯔시마 슈우지다. 그의 연보를 읽어보니 39년을 살다간 작가는 약 삼십 편 정도의 작품을 썼다. 좋아하던 작가의 자살을 시작으로 연보 속에는 자살이 많이 실려 있었다. 공산주의에 심취해서 자기가 귀족원 의원의 아들이라는 출신 계급에 혐오감 갖고 자살을 기도, 이듬해는 카페 여급과 동반 자살을 시도, 오 년이 지난 후 신문사 입사 시험 떨어져서 자살 시도, 이년이 지나 아내의 외도를 알고 자살을 시도, 한동안 평탄했다가 48년, 서른아홉 살에 동반 자살함으로 생애를 마친 다자이 오사무, 일본은 전쟁의 시대적 광기 속에서 사회적으로 변화와 혼란이 극심해서 정신적 불안이 팽배했다고 한다.
정리: 주인공은 스스로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스물여덟 갓 결혼한 여자다. 못생겼다고 생각하며 주눅 든 척했지만, 피부 하나만은 소중히 여겨 관리했고 그게 유일한 기쁨이고 자존심이었다. 피부병이 생기고 중대한 고민에 빠졌다. 사느라고 미처 깨닫지 못한 내면, 그저 못생기고 가난하고 학벌이 없다고 여겨 집 안의 가장이 되어 집만 지키기로 했는데 아버지 은인으로 인해 삼 개월 전에 결혼한 것이다. 느닷없이 피부병이 도지니 어머니와 여자와 생애, 삶의 이유와 목적, 자기의 여성상, 정체성을 자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