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협집이 물을 길러 부엌으로 들어오자, ‘쇠죽을 쓰던 삼돌이란 머슴이’(177쪽) 안협집을 훓어보며 어젯밤에 어디를 다녀왔다고 따져 든다. 그 말에 안협집은 ‘별 꼴사나운 소리를 듣는다는 듯이 암상스러운 눈을 흘겨보며 톡 쏴버’(177쪽)리는데, 삼돌이는 안협집이 김창봉 아들네 사랑방에서 자고 온 것을 알고는 ‘남의 약점을 쥔 비겁한 즐거움’(177쪽)을 드러낸다.
‘강원도 철원 용담이라는 곳’(178쪽)에는 삼십오륙 세 된 김삼보라는 자가 있었는데, 걸음을 걸을 때마다 내젓는 엉덩이 때문에 동네 사람들은 그를 땅달보 또는 오리궁둥이라 불렀다. 또한 그가 ‘강원도,황해도,평안도 접경을 넘어다니며 골패투전으로 먹고 지내는 것이 알려져‘(178쪽) 동네 사람들은 그를 노름꾼 김삼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 노름꾼 김삼보의 아내가 안협집인데, 안협은 ’강원, 평안, 황해, 삼도 품에 있는 고읍의 이름‘(178쪽)이다.
노름꾼 김삼보의 아내 안협(安峽)집은 그가 노름으로 딴 여자이다. 그녀는 15살 정도에 참외 한 개에 몸을 팔 정도로 무지하고, 돈만 밝히는 정조 관념이 희박한 여자였다. 더욱이 투전판을 전전하며 한 달에 한 번 들어올까 말까 한 건달 남편만 믿고 지낼 수 없어 동네에 돈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하고 나 어울려 몸을 판다.
뒷집 머슴 삼돌이란 놈은 안협집에게 호시탐탐 눈독을 들이지만 만만치가 않다. 안협집은 뒷집 주인 여자를 도와 누에 뽕 먹이는 일을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뽕이 다 떨어지게 되자, 주인 여자는 뽕을 사자니 돈이 아깝고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 삼돌이가 남에 밭 뽕을 훔쳐 오니 좋아한다. 그러다 하루는 삼돌이와 안협집이 같이 남의 뽕을 훔치러 가게 되는데, 안협집을 덮칠 좋은 기회다 싶었던 삼돌이는 되려 뽕밭 지기에게 들켜 줄행랑을 친다.
나도향의 단편소설 ‘뽕’은 1925년 개벽에 발표됐다. ‘벙어리 삼룡’ ‘물레방아’ 와 같이 작가의 후기 사실주의 작품으로 꼽히며 관능적인 이야기와 서민들의 성에 대한 윤리의식 와해가 나타나 작가만의 분위기를 잘 나타내는 소설이다. 물질적인 만족을 위해 자신의 성을 내다 파는 주인공의 행동은 이미 물레방아에서 나온 바 있는데, 그 주제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같은 시기에 발표된 김동인의 단편소설 감자와도 비슷한 맥락을 갖추고 있다. 아마 당시 가난에 지친 서민들의 도덕성 결여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됐고, 그런 탓에 이런 소설들이 많이 집필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전반적인 소설의 주인공은 세 명으로 반반한 얼굴을 무기로 돈이나 물건을 받고 성을 파는 안협집, 노름꾼으로 한 달에 이틀이상 집에 붙어 있는 적이 없는 그의 남편 김삼보, 그리고 이웃에 있는 삼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