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그리스도인 부자로 살아도 되는가?' 부와 소유에 관한 깊이 있는 영적 사색이 담긴 이 책은 경제생활은 그리스도인의 영성과 분리될 수 없으며 나아가 최근 한국 교회에서 활발한 이슈가 되고 있는 기독교 청부론을 성경에 비추어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또한 우리 안에 있는 권력욕, 명예욕, 승부욕을...
내가 어렸을 적 아버지는 짐 자전거에 나를 태우고 멀리 있는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깎아 주셨다. 이발을 마치면 아버지는 이발사에게 ‘적어 둬!’라고 말씀하시고 그냥 나오셨다. 아버지와 우리 네 형제가 1년 동안 부지런히 드나들며 이발을 했어도 돈을 낸 기억은 없다. 그 대신 보리타작을 마치면 보리 한 자루를, 가을 추수를 마치면 쌀 한 자루를 실어다 주시고는 그 모든 값을 치르셨다. 또 장날이면 어머니는 흰 쌀을 잔뜩 담아서는 장으로 가셨다. 돌아오실 때면 언제나 손에 생선이며 신발 같은 것이 들려 있었다. 쌀을 주고 물건으로 바꿔 오신 것이다.
불과 40여 년 전 우리의 농촌 상황이다. 당시에도 돈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에 비해 돈의 중요성이 훨씬 덜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웬만한 문제는 돈 없이도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달라졌다. 도시에서뿐 아니라 농촌에서도 모든 거래가 돈으로 이루어진다. 시골의 작은 가게에서도 돈 아니면 통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돈을 벌고 불리는 방법을 찾고 있다. 모두들 재테크에 관심이 많다. 재테크에 관한 책들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항상 한두 권씩 올라 있고, 매일같이 쏟아져 들어오는 스팸 메일 중에서도 반 정도가 ‘많은 돈을 쉽게 버는 방법’에 대한 선전이다. 돈을 벌고 불리는 일에 그토록 관심이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가 잊고 있는 점이 있다. 돈을 다루는 기술을 익히기 이전에 먼저 돈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재물에 관한 기술’을 배우기에 앞서 ‘재물에 대한 철학 혹은 신학’을 배워야 한다. 그것 없이 재물을 키워 가기만 하면 결국 재물 때문에 낭패를 당하게 된다. 금을 캐 가지고 귀국하던 사람이 배가 침몰하자 금 상자에 자신의 몸을 묶고 익사했다는 이야기가 있듯, 돈은 우리 삶을 파괴할 수도 있다. 돈이 현대인의 삶에서 중요해진 만큼 그것 때문에 당하는 피해도 적지 않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돈과 결부된 부자의 의미는 사회적인 의미에서의 부와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자기의 재능을 살려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이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며 자신의 능력을 나타내는 표시가 되기도 하지만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믿음과도 연결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많은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한국 교회가 가지고 있었던 지배적인 정서는 하나님께서 신실하고 믿음 있는 성도들에게 물질적이고 현세적인 번영을 주신다고 믿었으며, 반대로 믿음이 없고 신실하지 못한 성도들에게는 가난하고 병들고 실패하는 것으로 재앙이나 벌을 주신다고 믿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성경 마가복음 10장 25절에서는 “낙타가 바늘귀로 나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 라는 말로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 매우 힘들다는 말을 전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돈에 대한 생각이나 인간적인 욕망을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대처하고 어떤 믿음 있는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어 매우 부담스럽고 날카로운 가시처럼 우리의 양심을 찌르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전체 5부로 구성되었는데, 우리의 경제생활에 대한 하나님의 총체적인 부르심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전체 17가지의 주제로 설명하고 있다. 본문에서는 제1부의 4가지 주제와 제2부의 3가지 주제에 대해서 이론적, 개인적, 사회적인 주제로 내용을 파악하고, 영성적인 경제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세심하게 다루고자 한다.
제1부에서는 ‘돈에 대한 반듯한 생각’이라는 주제 아래 돈과 부와 가난, 복에 대한 4가지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과거의 우리 사회는 돈이라는 화폐가 없어도 물건으로 거래가 이루어질 정도로 돈의 중요성이 지금보다 덜 했고, 돈 없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다. 그런데 현대사회는 돈이 없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화폐의 지배력이 커졌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돈을 불리기 위한 재테크와 돈을 다루는 기술에 대해 전념하게 되었다. 도시뿐만 아니라 농촌에서도 현금이나 신용카드가 없으면 아무런 거래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이 곧 개인 신용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사도행전은 2장에서 신약교회의 탄생 사건을 말한 후, 신도의 공동생활 장면을 간략하게 묘사하고 있다. 여기서 특징적인 표현은 신자들은 모두 함께 지냈다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는 부분이다. 약자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는 누가문서의 특징을 감안한다 할지라도 초기 기독교 공동체의 강조점이 어디에 있었느냐는 면에 충분히 주목할만한 내용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5:1-11은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죽음을 기록한다. 강경택에 따르면 이 본문은 공동체 내에서 어떤 문제가 중요하게 다루어졌는지를 암시해 주는 장면이다.이는 두 사람의 죽음 소식을 들은 온 교회가 크게 두려워했다는 부분에서 -누가의 문서에서- 처음으로 교회라는 단어가 사용되었기 때문이다.예루살렘 교회는 신약교회의 시작이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세워질 모든 교회의 모태가 되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중요한 질문을 안겨준다. 좁게는 헌금, 넓게는 성도가 돈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냐는 것이다. 이어지는 글을 통해 김영봉의 「바늘귀를 통과한 부자」의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고, 그의 주장이 오늘의 성도들에게, 특별히 필자와 비슷한 연배(20대 후반~30대 초반)의 성도들에게 적합한 내용인지를 논하고자 한다.
<중 략>
이 책은 독립적인 저작인 동시에 김동호의 책에 의존하고 있는 작품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소위 ‘기독교 청부론’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입장, 그 중에서도 김동호의 책 「깨끗한 부자」에 대한 비판적 해석을 전개해나가는 방식으로 집필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하기에 앞서 기독교 청부론의 골자를 선이해할 필요가 있다. 김영봉이 스스로 정리하고 있는 기독교 청부론의 요점은 다음과 같다.그리스도인이 정당하게 돈을 벌고 그 수입에서 하나님의 몫과 다른 사람의 몫을 정식하게 떼고 나면 그 나머지를 마음껏 누릴 권리가 있다. 돈을 버는 과정에서 깨끗하고, 수입에 대한 몫 가르기에서 깨끗하면, 나머지 돈에 대해서도 ‘깨끗하다’(더 이상 책임이 없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리스도인들이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다. 그러니 부자 되기를 부끄러워하지 말라. 당당히 부자 되기 위해 힘쓰고, 떳떳하게 누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