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평론가이자 시인으로 활동 중인 서울대 국문과 방민호 교수의 첫 장편소설. "이 소설의 시작점은 지금부터 15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가는 심청전 경판본 24장본을 읽고 다른 판본들도 살펴봤다. "작고하신 성현경 선생의 글들도 읽었다. 채만식이 심청전을 심봉사로 세 번이나 다시 썼음도 알...
심청전이라는 작품은 주인공인 심청이가 봉사인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하여 자신의 몸을 인당수에 던지게 되고 그 효심에 감동한 용왕이 연꽃에 태워 심청이를 지상으로 되돌아가게 해준다. 그 후 살아돌아 온 심청이를 보고 아버지는 눈을 뜨게 된다는 이야기가 전체적인 줄거리이다. 어린 아이들에게 이 심청전을 알게 하여 효심의 교훈을 배우게 하는데 그래서 심청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기전에는 심청전은 효에 대한 교훈을 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연인 심청을 읽고 난 후 나는 심청전은 효심의 교훈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연인 심청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심청이가 누군가의 사랑이었다는 이야기이다. 문학작품들은 대부분 작가의 의도가 작품속에 녹아들어 있지만 독자 개인의 해석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아무의미 없이 이야기 흐름만을 생각해서 만들어 놓은 부분이라도 독자가 그 부분에서 느끼는 점이 있을 수도 있다. 그와 반대로 작가의 의도가 들어 있는 부분에서 독자가 그 부분에 느끼는 점이 없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작품을 볼 때 독자 마다 해석이 다르므로 유명한 문학작품들은 재해석되어 다른 이름으로 책이 출간 되기도 한다. 심청이가 사랑을 했다고 하면 분명 자신의 아버지인 심봉사를 사랑했거니 하겠지만 심청이 또한 또래의 여인들처럼 한사람을 사랑했다. 심청이가 행한 효심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아버지가 봉사라면 눈을 뜨게 하기 위해 내 몸을 바쳐야 한다면 나는 내 몸을 바치기 보단 살아서 아버지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궁리를 할 것 같다. 하지만 심청이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자신의 몸을 인당수에 던졌다. 나는 분명 나의 미래를 아까워 한 것이고 심청이는 아까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알던 심청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또 그중 가장 큰 것은 극중 심학규의 성품이었다. 내가 알던 심학규는 심봉사라고 불리며 눈이 보이지 않아 심청이가 없으면 먹을 수도 입을 수도 없어 한심한 아버지 이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연인 심청에서 나온 심학규는 아주 한심하다 못해 저질스러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