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불문학자이자 번역가, 비평가인 최윤의 대표작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온 작품들을 다시 펴내 그 의미를 되새기는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시리즈의 26번째 책이다. 등단작을 포함해 모두 여덟 편의 작품이 수록된 이 소설집은 1980~90년대의 시대적 아픔과 상흔을 지닌...
<저기 소리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는 최윤 작가의 소설이다. 1988년 여름 문학과 사회』에 단편으로 등장했던 것을 1992년 문학과 지성사에서 소설집으로 출간했다. 작가 최윤의 본명은 최현무이고,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석사학위까지 받았다. 이후 프랑스에서 현대문학을 공부해 한국에 돌아와서는 서강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자신의 소설을 집필함과 동시에 한국의 문학작품들을 프랑스어로 번역하는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대표적인 번역작품으로는 최인훈의 <광장>과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있다.
<저기 소리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는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있었던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인 소녀의 오빠는 타지에서 공부하다가 죽게 된다. 이 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절망하고, 5월 18일 광주 시내로 나간다.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는 엄마를 쫓아 나갔다가 엄마의 죽음을 눈 앞에서 보고 충격을 받아 정신에 이상이 생긴다. 소녀는 오빠의 무덤을 찾아 헤매다 오빠와 닮은 장씨와 잠시 함께 살게 되는데, 소설은 장씨와 소녀, 그리고 소녀를 찾아다니는 오빠의 친구들의 시점을 번갈아 서술하면서 전개된다. ‘장’씨가 주인공인 부분에서는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서술되고, 소녀와 오빠의 친구들인 ‘우리’가 주인공인 부분에서는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본 소설을 읽고 책을 덮은 후 가장 먼저 떠오른 느낌은 작가가 후기를 통해 자신의 작품들을 나타낸 "생소하다"라는 표현이 가장 잘 대변한다. 무엇이 이러한 느낌을 들게 하였는가를 설명하자면 첫번째로는 이 글의 주된 특징이기도 한 각 절마다 시점과 문체를 변화시켜 내용을 전개한 점이다. 각 절은 총 3~4개의 시점으로 전개되는데, 프롤로그의 경우 전지적 시점 또는 이 글에서 '우리'라고 나타내는 주인공 오빠의 친구들의 시점으로 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나머지 절에서 주인공인 '그녀'의 시점과 그녀가 잠시 곁에 머물렀던 '남자(장)의 시점이 나타난다. 또한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각 시점에서 서로 다른 문체로 내용이 풀어진다. 이러한 표현방식이 다소 글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리지 않을까 라고 우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