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근현대문학은 특히 사소설이란 장르가 빛난다. 기쿠치 간의 무명작가의 일기도 역시 사소설이다. 이토록 자신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쓴 것이 예술로서 인정받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다. 작품 이름만큼이나 자신의 공책에 쓰고 닫아버리면 그만일 일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쓰메 소세키의 문조나 아쿠타카와 류노스케의 톱니바퀴에서 알 수 있듯, 자신에 대한 일상임에도 문학이란 예술과의 중간에서 아슬아슬하게 중심을 잡는다. 자신이 경험했기에 더욱 절절히 알 수 있는 감정과 고뇌를 작품 속에 담아 독자들로 하여금 몰입을 생생하게 하고, 화자의 감정에 그대로 이입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