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요동치는 세상에서 자율성을 놓치지 않기 위한 첫걸음이승우의 열 번째 소설집 『모르는 사람들』. 스물셋에 등단해 올해로 36년, 소설가로 산다는 것을 흔들림 없는 작품들로 몸소 보여주고 있는 이승우 작가의 이번 소설집에는 일종의 무력함과 자율적이지 않음 속에서 저자가 그려낸 작품 속 '모르는 사람들'의...
상대방이 느끼기에, 그리고 나 스스로가 느끼기에 둘의 관계가 아무리 허물없는 막역한 사이라고 할지언정 분명 둘 사이에는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탄탄하고도 투명한 벽이 존재한다. 친근하고 익숙한 사람과는 단 한 개의 투명한 벽면이, 불편하고 먼 사람에게는 수십 개의 투명한 벽면이 관계의 가운데에 위치한다. 하지만 여기서 꼭 기억해야 될 것이 있다. 그 벽이 한 개가 됐든 수십 개가 됐든,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무색의 담벼락이 상대방과 나 사이에 실존한다는 사실이다.
하늘이 맑게 갠 날 읽고 싶은 책이 있듯, 가끔은 하늘에 먹구름이 낀 날 염서하고 싶은 책이 있다. 우중충한 기후가 한껏 드리워진 며칠 전, 그 마음을 통감해줄 책을 찾고 싶어 서점에 들렀다. 유독 눈에 띄었던 한 책의 표지에는 맑고 고움을 상징하는 무지개와 그와는 사뭇 대조적인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이 그리어져 있었고, 나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이 책을 구입했다. 그리고 지금, 상대방을 향한 낯섦과 익숙함 사이에서 외줄타기 중인 여덟 개 소설의 내용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승우 작가의 ‘모르는 사람들’은 장편소설이 아닌, 수개의 단편 소설들이 엮인 책이다. 그 중 이들을 대표하는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감상문을 서술하고자 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어느 날 아버지가 행방불명되었고, 어머니와 ‘나’는 아버지가 행방불명된 이유와 행적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아버지가 대기업 회장인 장인으로 인해 모멸감을 느껴 집을 떠났다고 추측하고 어머니는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떠났다고 추측한다.
대기업 회장의 딸인 어머니는 당신에 비해 부족했던 아버지를 자기를 잘 만나 인생이 핀 사람이라 생각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