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책은 세계사의 틀 속에서 한국 근대사를 바라보는 최초의 시도이다. 서구 열강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한국 근대사가 왜 이렇게 자위와 자학의 그늘에 푹 파묻혀 지냈는지, 세계사의 흐름 속에 한국 근대사를 제대로 평가해보자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세계사 속에 한국 근대사의 위치를...
이처럼 수많은 가해자들과 함께 개항 이후 한국사는 완전히 세계사의 한 부분이 되었고, 이러한 한국사를 바라보며 새롭게 주목하게 된 것은 조선 왕조의 멸망하는 과정이었다. 한국과 일본만 생각하면 조선은 외세의 침략에 의한 몰락이지만 제국주의 시대의 세계적 정세와 함께 바라보게 되면 조선은 오히려 자멸에 가까운 멸망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고종과 집권층은 주권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순간에도 스스로 위기를 극복할 생각은 하지 않고 이리저리 서구 열강을 끌어들여 체제를 유지하려 했고,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국가가 멸망한 후에도 왕실은 일본 왕족이 된 것에 흡족해하며 백성들이야 징용으로 끌려가든 정신대로 끌려가든 신경 쓰지 않고, 일제가 제공하는 부귀영화를 구걸하면서 자신들을 보존하는 것에만 급급해하는 한심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