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인의 단편소설 ‘박첨지의 죽음’은 미완성 소설이다. 1회만 연재되었기에 장편소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노부부가 죽은 외동아들 만득을 땅에 묻고 돌아서는 길목부터 시작하는 이 소설은 줄곧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이어진다. 내가 아는 첨지란 동시대의 작가 현진건의 운수좋은날에 김 첨지가 유명하다. 첨지란 그저 노인을 지칭하는 말인데 평범한 아저씨 같은 호칭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 소설에 등장하는 박첨지는 김첨지와 호칭만 같은 것이 아니라, 아내에게 속말을 꺼내놓지 못하고 괜히 겉으로 모진 소리를 하는 것도 비슷하다. 외동아들을 보내놓고 마음이 아플 것은 당연한 일인데 괜히 걸음이 느린 아내에게 역정을 내고, 집으로 돌아와 쓰러져 우는 아내를 보고 괜히 욕을 하면서 눈물을 참는다. 당시 남성에게 요구되는 ‘남자다움’이란 아내 앞에서 눈물을 보이거나 슬퍼해선 안됐기에 아들의 죽음에도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는 아버지의 슬픔이 더욱 절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