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단순하다. 고등학교 때 한 친구가 너무나도 재미있게 붙잡고 있던 책이 바로 이 ‘공의 경계’ 이기 때문이다. 내용은 어려운지라 자세히 이야기해주지 않았지만, 일본 판타지 소설 중에서 명작이라 할 만하다고 귀가 따갑게 들은 터라 언젠가 한 번쯤 읽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예전에 중고 서점에서 구매는 해놨지만 바로 읽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아 구석에 놔뒀었다. 최근 일본의 특유한 너무나도 순수한 감정이 담긴 히가시노 게이고, 무라카미 하루키 등의 이름을 자주 듣다 보니 단순히 일본 소설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져서 다시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다. 비록 읽고 나서 보니 내가 상상했던 순수한 일본 문학의 분류와는 완전히 다른 소설이었긴 했지만, 깊은 맛과 판타지다운 상상력이 듬뿍 담긴 이 책을 읽은 것을 후회하진 않는다.
1-1. 공의 경계 - 인물 설명
생소한 판타지 작품으로 서평의 이해를 위해서는 인물 설명이 필수적이라 생각한다.
료우기 시키. 삼중 인격의 여주인공. 태극(양: 시키(織), 음: 시키(式))과 그것을 담는 그릇(『』 공(空))으로 이루어졌기에 육신이 '근원의 소용돌이'에 연결된 존재이다. 이 때문에 그녀는 직사의 마안이라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는 형체를 가진 모든 만물에 그 끝, 존재론적 죽음(플라톤 ~ 헤겔로 이어지는 본체·현상 이원론을 배경)이라는 것을 시각으로 보게 해준다. 료우기(両儀)의 뜻은 ‘☯(태극도)’이다. 아라야 소렌. 타밀의 승려 출신으로, 200년이 넘는 삶을 살아온 마법사이다. 분쟁의 시대에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학창시절 스타, 문명, 리니지 같은 게임을 하며 식음을 전폐하는 동안, 책을 읽으면서도 식음을 전폐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영웅문, 퇴마록, 공의 경계를 읽다가 말 그대로 밥 먹고 똥 싸는 시간이 아까워 손에서 책을 놓질 않았다. 미래복음은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진월담 월희의 작가인 나스 기노코가 쓴 공의 경계 외전이다.
이 작품에서 빌런은 미래를 보는 소년 폭탄마 쿠라미츠 메루카다. 미래를 보는 능력을 방패 삼아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고 폭탄을 터트리며 각종 범행을 저지르는데, 처음으로 자신의 미래시를 벗어난 인물을 만난다. 바로 직사의 마안을 가진 료우기 시키. 직사의 마안이란 생명이 없는 사물이든, 생명체든 모든 사물들에 끊기만 해도 파괴하거나 죽일 수 있는 죽음의 선을 볼 수 있는 눈을 가르킨다. 료우기 시키는 여성의 몸으로, 작은 잭나이프를 휘두르며 상대가 가진 죽음의 선을 툭 건드려 끊는 것으로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히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