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대위, 현 중위, 김 일등병은 전쟁 중에 낙오하여 인적이 없는 깊은 산속을 헤매고 있다. 현 중위와 김 일등병은 다리에 총상을 입은 부상자인 주 대위를 교대로 업어 가면서 이동하고 있다. 현 중위는 주 대위의 허리에 찬 권총을 바라보는 행동을 통해 주 대위가 자결하도록 암묵적인 압력을 주지만 주 대위는 이를 애써 외면한다. 그러던 중 비참한 죽음의 상황을 상징하는 꿈의 이미지에 시달리던 현 중위는 혼자 살아남기 위해 주 대위와 김 일등병 둘만 남기고 슬쩍 사라진다. 김 일등병이 혼자 주 대우를 업고 길을 떠나지만 더위와 굶주림 때문에 멀리 이동하지는 못한다. 주 대위는 몇 달 전 부산에서 만났던 한 여인을 떠올리며, 타인을 위한 희생은 강요도리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현대소설 모음집에서 읽을만한 소설을 찾던 중, 6.25 전쟁을 소재로 한 감동적인 소설 ‘너와 나만의 시간’을 발견했다. 인간의 살고 싶은 본능을 기반으로 서로 다른 행동을 하며 살려고 발버둥을 치는 세 사람의 모습에서 생생한 느낌을 받았다. 또한, 끝까지 의리를 지키는 인물과 자신만 살려고 전우를 배신하는 현실적인 인물을 동시에 등장시켜 재미와 감동이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역시 황순원 특유의 시적이고 서정적인 문체를 통해 높은 예술적 성과를 거둔 작품이란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내일」의 남자주인공 기억 속에는 아픔이 서려 있습니다. 이 아픔들이 소설 전반부에 차례로 열거하듯 서술되고 있습니다. 프로이트의 꿈처럼 무의식에 자리한 트라우마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이 일련의 나쁜 경험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그에게 어떠한 판단을 내리는 것의 기반이 됩니다. 결국 소녀와의 관계가 단절되는 이유는 필연적으로 이 기저에 자리한 그의 트라우마 때문인 것입니다. 나쁜 경험이라고 규정할 만한 것들은 ① 어렸을 때 그림자를 보고 놀란 기억, ② 수학 선생님에 대한 부정적 인식, ③ 좋아했던 소년이 다른 소녀와 만남을 가지는 것을 목격한 장면 ④ 소녀에게 이별을 선고받은 기억 등입니다.
첫 번째, 그림자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 기억에 관해서는 그것이 어머니의 품 안에서 맞닥뜨렸다는 점입니다. 방패막이 되어줄 수 있음직한 모성애는 어떠한 구실도 해내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