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행복한 철학자’ 엄정식, 그가 길 위에서 들려주는 일상의 철학『길을 묻는 철학자』. 삶과 철학, 그리고 사유를 담은 책이다. 저자가 끊임없이 만지고, 듣고, 걸으며 얻은 보석 같은 일상의 놀라움의 결과물로, 주요 일간지 등을 통해 발표되었던 4부 47편의 짧고도 긴 사유들을 담고 있다. 정답 없는 무수한...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처음으로 들었던 엄정식 교수님의 강연이 본인에게 있어 매우 감명 깊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학점을 채우기 위해, 혹은 동기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 목적으로, 사실 상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신청했던 '인간과 인성' 수업이었지만, 긴 강연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그렇게나 흘렀는지 잘 느끼지 못했을 정도로 집중해서 들은 강연이었다. 딱딱한 D관 의자에 꼿꼿이 앉아 허리가 아픈지도 모르고 들었던 이유는, 그만큼 교수님의 강의가 내 삶에 직결되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철학적 이야기가 과연 나의 삶에 직결되는 문제를 말할 수 있을까 과거엔 의문을 가질 법도 하지만, 최근 겪은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해 철학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평소 자연스럽게 딱딱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철학 수업은 결국 나의 경험으로부터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러한 강연을 들려주셨던, 바로 이 책의 저자는 우리 학교 선배님이시기도 한 분이다. 서강대학교 철학과 1회 졸업생으로서, 강연의 서론에서는 서강대학교의 초기의 이야기를 해주셔서 꽤나 흥미로웠다. 첫 졸업생으로 선배조차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학교의 교육이 최고였다는 자부심을 항상 가지고 계셨다는 선배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본인 또한 그러한 자부심을 가지며 학교를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이 결국 우리 학교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되리라. 이 책의 도입부에서도 마찬가지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우리 학교에 대한 설명은 수십 년이 지난 나에게도 매우 와 닿는 이야기라서 어쩐지 서글퍼졌다. 엄정식 교수님의 노고산 언덕에서의 「다이몬과의 방황」은 현재 나에게도 해당되는 것이라 크게 감정이입했던 것이다.
교수님은 그가 겪었던 「다이몬과의 방황」을 후배들이 겪지 않도록 가르침의 길을 택하신 거라고 책에서 이야기하고 계셨지만, 그 어떤 이가 대학 생활에 그런 방황을 겪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