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짧은 시간 빛나다 사라질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뜨거운 찬사!한국 소설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60대 여성 킬러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여성 서사를 써내려가며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 구병모의 소설 『파과』를 다시 만나본다. 40여 년간 날카롭고 냉혹하게 청부 살인을 업으로...
1. 책 소개
손상된 과일이라는 뜻의 ‘파과’는 45년간 살인 청부업에 종사하며 60대가 된 나이 든 여성 킬러 조각에 관한 이야기이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지나며 생존을 위해 선택한 오랜 직업이지 만 주인공에게도 노화가 찾아오고 킬러로서 지니지 말아야할 인간적인 면모들이 점점 모습을 드러낸다. 노년의 상실감 속에서 그녀가 그럼에도 살아야 할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지켜보 며 인간의 고유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2. 줄거리 요약
지하철 임산부 지정석에 앉아있는 여성에게 시비를 걸고 있는 한 남자.
이 광경을 노인이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다. 차림이나 태도로는 사람들의 이목을 전혀 끌지 않는 평범한 노인이지만 그녀는 청부살인업에 종사하는 60세 여성 킬러 ‘조각’ 이다. 열차 문 이 열리며 복잡하게 승객들이 빠져나가는 사이 난동을 부리던 남자는 독칼에 찔려 쓰러지고 조각은 조용히 자신의 임무를 완수 한 후 사라진다.
조각이 45년 몸을 담고 있는 살인청부 에이전시.
지금의 중개업자 손실장 이전에 첫 번째 실장이 붙여준 조각 (짐승의 발톱과 뿔)이라는 가 명때문에 젊은 시절 업자들 사이에서 그녀는 ‘손톱’ 이라 불렸었다. 원년 멤버에 대한 예우로 대모님이라 칭하면서도 나이 많은 조각을 은퇴시키고 싶어하는 지금의 손실장 의중을 알고 있는 그녀는 언제든 이 일에서 물러날 각오를 하고 있다.
손실장이 한참 아끼고있는 젊은 방역업자 투우가 사무실로 들어섰다. 투우는 조각을 만날 때마다 빈정대며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다. 그녀의 노화된 신체나 잘못된 작업 실력을 들추어 내고 조소와 악의에 찬 목소리로 비아냥댔다. 조각은 자신의 아들뻘이나 되는 애송이 같은 투우가 왜 늙은 자신에게 그런 공격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살인청부 방역업자들은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받아 서류상 수치를 확인 받아야 하므로 동네 종합의원의 장박사는 에이전시와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었다.
구병모의 『파과』는 익숙한 성장서사나 감정적인 회복이 아니라, '파괴'라는 단어를 정면으로 마주보게 하는 작품이다. 그것도 여자 킬러의 이야기라는 충격적인 설정을 통해. 하지만 이 소설은 피와 총성으로 가득한 장르물이 아니다. 오히려 조용하고 섬세하게, 한 인간이 자신의 감정과 과거, 그리고 존재 의미를 어떻게 감당해 나가는지를 조망하는 소설이다.
주인공 ‘경혜’는 은퇴를 앞둔 노년의 여성 킬러다. 여성이라는 점, 노인이라는 점, 그리고 킬러라는 직업 모두가 이질적이지만, 작가는 그 이질성 속에서 오히려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구병모(具炳模, 1976~ )는 한국 문학계에서 독특하고 강렬한 목소리를 내는 대표적인 여성 작가이다. 2008년 장편소설 『위저드 베이커리』로 제2회 창비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했고,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대중과 평단 모두의 극찬을 받았다. 『위저드 베이커리』는 판타지와 현실을 절묘하게 섞은 작품으로, 상처받은 인간의 내면을 정교하게 묘사하며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 독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었다. 이 작품은 이후 일본, 중국, 대만 등 해외에서도 번역 출간되며 한국 청소년 문학의 지평을 넓히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구병모 작가의 문학 세계는 현실과 환상, 인간성과 비인간성, 소수자와 주류, 정상과 비정상 등 여러 이분법적 경계를 허물고 그 틈에서 발생하는 감정과 서사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그녀의 문장은 간결하면서도 날카롭고, 상징적이면서도 현실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아가미』, 『한 스푼의 시간』, 『네 이웃의 식탁』, 『밤의 여행자들』, 『한 사람을 위한 마음』, 그리고 이번 독후감의 대상이 되는 『파과』 등이 있다.
특히 『아가미』와 『한 스푼의 시간』 등에서는 인간과 자연, 시간의 흐름, 존재의 이유 등 본질적인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독자에게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구병모 작가의 소설을 읽는 건 처음이다. 대부분은 <아가미>를 읽고 나서 파과를 추천받는다고 하는데 나는 반대인 경우 같다. 먼저 파과의 뜻은 흠이 있는 과일 즉 책 안의 조각(여자 주인공) 할머니 청부업자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녀가 젊을 시절에는 마냥 완벽하고 아름다웠지만 세월이 지나가면서 세월이 풍파를 지나치지 못하듯 그녀 또한 늙고 나이 들고 심적 변화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내용을 전체적으로 대표하는듯한 제목 파과 破果이다.
爪角 조각 손톱과 뿔을 의미하고 주인공의 이름이다. 그녀는 60대가 되어서도 청부업자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남들과는 조금은 다른 사연 있는 사람이었다.
책에는 힘이 있다. 처음보는 작가와 처음보는 책을 집어 들어 읽기 전까지는 그 책과 작가에 대한 그 어느 것도 모르다 가도,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읽은 페이지가 쌓이고 나면 독자는 생전 몰랐던 그 책에 대해, 또 작가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가지게 하는 그런 힘. 책에는 그런 힘이 있다. 그리고 그 힘은 내가 몰랐던 책과 작가의 고유한 색을 드러내어 입혀준다.
표지와 제목부터 강렬했던 이 책은, 먼저 읽고 이 책을 추천해준 친구의 말마따나 모든 장면이 눈앞에 그려지듯 묘사가 잘 된 책이었다. 중고등학교 국어시간때 배우는 ‘묘사’라는 단어를 이해하기 쉽게 예시를 들 때, 이 책에 있는 어느 문장을 갖다 놔도 될 정도로.
책의 소재는 너무나 흥미로웠다. 앞서 언급한 문장도 문장이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어느 것 하나 튀지 않고 다 어울렸으며, 구성도 너무나 탄탄했다. 처음엔, 한 시퀀스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묘사로 일관하며 그 장면만 30페이지가 넘는 분량인 걸 보고 ‘이 책은 길게 묘사된 10장면 정도만으로 끝나는 책인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기획의도
65세 여성 킬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여성 서사 영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나 그런 여성 캐릭터가 단일 주인공으로 이야기 전체를 이끌어가는 경우는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간 한국영화에서 노년 여성은 ‘어머니’라는 캐릭터로 소비되는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파과>를 통해 다양한 여성상을 보여주고 싶다. 원작 소설의 스토리 라인을 크게 바꾸지 않되, 주인공 ‘조각’의 과거보다는 현재를 살아가는 모습에 비중을 주어 주제를 보다 잘 드러내고자 한다.
주제
누구나 인생의 가장 찬란한 시절이 지나면 ‘파과’가 되기 마련이다.
지금, 주어진 모든 상실을 살아야 할 때.
구성
감독: 김도영(대표작: 82년생 김지영)
배우: 윤여정(조각 易), 김민석(투우 易), 박기웅(류 易), 유연석(강 박사 易)
시놉시스
‘조각’은 방역업(살인청부업)에 종사하고 있는 65세의 여성이다. 그는 지난 45년 동안 사람을 죽이는 일에 익숙해졌으며, 무뎌졌다. 이 일 말고 다른 일은 상상할 수 없는 조각이기에 몸이 허락하는 한 일을 계속하려 하지만, 노화가 시작되는 몸을 막을 수는 없다.
현대문학에 역사적으로 남을만한 독보적인 여성 킬러의 캐릭터가 탄생했는데, 바로 구병모의 소설 파과의 주인공 조각이다. 부서진 과일이라는 뜻의 파과는 낯선 제목 때문에 쉽게 읽지를 못하고 마지막으로 미뤄뒀는데, 의외로 파과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많다는 평에 용기를 내봤다. 페미니즘소설이라고 낙인을 찍어 괜히 페미니즘을 싫어하는 독자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싶지는 않지만, 늘 소설이나 영화에서 남자들에게만 주어지던 킬러라는 역할은 사연 있는 과거까지 소화하며 조금의 위화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주인공인 조각은 현재 60대다. 요즘 사회에 60대를 노인이라고 지칭하기엔 과장된 감이 있지만, 한창 킬러로 활약 하는 데는 분명히 문제가 있을 나이이긴 하다. 조각이란 이름은 짐승의 손톱을 이르는 말로 한창 젊은 시절, 실장이 고객에게 자신을 보낼 때 ‘제일 손톱 긴 놈으로 보내겠습니다.’ 라고 말한 것이 ‘손톱’ 즉 조각으로 이 업계에서의 가명이 됐다.
재미있는 소설을 읽고 싶었다. 친구에게 추천을 부탁했더니 ‘파과’를 추천했다. 구병모 작가의 ‘위저드 베이커리’를 이미 재미있게 읽은 후라 그녀의 또 다른 작품을 추천받은 데에 거부감이 전혀 없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65세 할머니라고 했다. 다른 소설과의 차이점은 할머니인 이 여인이 어머니나 돌봄의 대상, 사회적 약자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현역에서 활동하는 킬러로 나온다는 점이었다. 은발의 머리를 길게 풀어헤치고 65세의 여인의 몸으로 건장한 사내를 죽이는 역할로 나온다고 하니 흥미로웠다. 바로 서점으로 달려가서 책을 샀는데, 책의 두께도 하루 이틀 이내로 읽을만큼 그리 두껍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