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통섭을 이끄는 21세기 지성의 입구, 진화론!상상불허, 흥미만점의 가상 논쟁으로 진화론이 한층 더 맛있어진다!2002년 5월 20일,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뉴칼리지 예배당. 급작스레 사망한 20세기 최고의 진화생물학자 윌리엄 해밀턴의 넋을 기리는 이곳에 ‘그들’이 왔다. 리차드...
다윈을 생각하면 진화론을 떠올리는 것이 당연하다. 교과서로도 배웠고, 책으로도, 인터넷으로도 다윈의 진화론을 많이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다윈의 진화론을 아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나는 사실 진화론을 좋아하지 않는다. 종교적인 이유로 창조론을 믿는 사람 중 하나이지만 그렇다고 진화론에 대해서 혐오하고 비하하지는 않는다. 과학의 발전사에 있어서 거대한 획을 그은 진화론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진화론을 바라볼 때마다 최대한 종교적인 입장보다 과학의 입장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진화론은 아직도 논쟁중이다. 종교와의 대립, 그리고 진화론 찬성론자들, 반대론자들 안에서도 끊임없이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이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해밀턴박사의 장례식에 참여하기 위해 장대익 교수는 비행기에 올랐다. 그가 해밀턴 박사의 업적을 추억하는 동안 비행기는 영국에 도착했고, 예배당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중엔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을 통해 유명해진 동물행동학 교수 리처드 도킨스도 있었으며,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 교수, 유전학자 리차드 르원틴 등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생물학의 대가들이 모두 있었다. 그 때, 미국의 저명한 생물철학자 엘리엇 소버가 그들에게 흥미로운 제안을 던진다.
① ‘과연 공룡은 노아의 방주에 탔을까?’(2010년). 새내기 냄새를 벗어나지 못한 1학년 대학생 시절, ‘과학’에 대해 전혀 공부해보지 않았던 나에게 ‘창조과학세미나’라는 생소한 강연이 ‘과학’이라는 이름 아래 교회에서 펼쳐졌다. 목사님과 어르신들의 권유로 앉아 있었던 그 자리에서 강사님의 경외를 불러 일으키는 그림, 특히 6일 동안 세상 만물을 창조한 연대기 도표는 나를 매혹시키기에 충분했다. 4주간 이어진 강의를 통해서 당시 창조론과 진화론 사이에서 펼쳐지고 있는 논쟁이 정확히 어떠한 것인지도 모른 채, 강사님의 논리에 순응해 진화론에 대한 ‘혐오’의 태도가 시작됐다.
② 존 스토트는 ‘유신 진화론자이다?’. 신학적인 멘토였던 그 분이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과는 다른 위치에서 진화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에 빠졌다.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중학교 1학년쯤이었다. 그 때는 ‘진화론’이라는 것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던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꽤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아마도 진화론의 세부적인 내용보다는 그저 실제 인물들을 데리고 와서 가상의 토론을 시키는 것이 흥미진진해서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이 책을 다시 보니 그때와는 다른 이유로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진화론의 기본적인 틀만 알고 있던 내게 조금 더 깊이 있는 지식을 주었던 책인 것 같다.
바늘가는데 실 따라 가듯이 다윈과 진화론은 떼어놀 수 없는 관계이다. 그러나 다윈 이후의 진화론자나 동시대 진화론자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직 다윈의 진화론의 한쪽 면만 바라보고 자신과의 대화를 하지 않는 진화론은 죽은 진화론이다. 이런 면에서 ‘다윈의 식탁’은 독자들이 몰랐던 여러 진화론자를 만나게 해준다. 헤밀턴의 장례식을 계기로 진화론의 대부들이 모여 토론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아무래도 논쟁을 하다보면 분위기가 험악할 수 있는데 식탁에 두루 앉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의도에서 나름 재미있는 발상을 체험할 수 있다. 논쟁의 참여자들은 현존 인물이지만 토론장은 가상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팩션(가상+현실)작이다. 즉, 사실과 허구의 종합적 형식을 통해서 과거 진화론연구사를 되살피는 동시에 현재 진화론의 쟁점을 이끌어 낸다.
제목을 참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다윈의 식탁이라니. 진화론의 대가 다윈의 맥을 잇는 각 분야의 권위자들이 진화론이라는 맛깔스런 요리를 앞에 두고 서로 논쟁을 펼치는 모습을 재미있게 잘 표현했다.
이 책은 저명한 진화생물학자, 윌리엄 해밀턴의 죽음을 계기로 도킨스와 굴드를 대표로 한 진화론의 각 거장들이 모여 일주일 간 서로 토론회를 갖는 이야기다. 결국, 이 모든 일이 다 토론회에서 서기를 맡았던 저자의 생생한 꿈이었고, 토론회의 대표 주자 중 한 명이었던 굴드의 죽음을 메일로 전달받으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처음엔 정말로 실제 있었던 일인 줄 알았다. 그래서 일곱째 날까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 이야기를 마치고 마지막 에필로그를 읽으면서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각 패널들이 전문용어들을 마구 써가며 팽팽히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생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