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선량한 마음만으로 평등은 이루어지지 않는다!은밀하고 사소하며 일상적이고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일들 속에서 선량한 우리가 놓치고 있던 차별과 혐오의 순간을 날카롭게 포착하는 『선량한 차별주의자』. 차별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직접 찾아가는 현장 활동가이자, 통계학·사회복지학·법학을 넘나드는...
김지혜 작가가 쓴 책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마음속에서 묘한 느낌이 스쳤다. 겉으로만 보면 누구나 차별은 나쁘다고 말하지만, 정작 자신이 무심코 던진 말이나 행동이 누군가에게 깊은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깨닫기는 쉽지 않다고 여겨졌다. 평소 대화 속에 존재하는 미묘한 뉘앙스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곤 하는데, 그 입장이 바뀌면 사소해 보였던 말이 누군가에겐 예리한 비수가 될 수도 있다. 그런 현상을 직접 언급하는 사례를 보면서, 나는 작가가 왜 책 제목에 '선량함'이라는 말을 붙였는지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뭔가 착하고 인자한 태도를 스스로 표방하지만, 사실은 그 안에서 은근한 편견이 자라날 수도 있다는 메시지가 전해졌다. 처음 몇 장을 읽는 동안 이미 마음 한켠이 무거워졌다.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는 자기 확신 뒤에, 내가 혹시 모르게 누군가를 배제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물음이 계속 이어졌다.
책에서는 다양한 사례가 전개된다. 저자가 직접 만난 사람들의 목소리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예시들이 묶여 있다. 그 중에는 언어적 폭력이나 제도적 장치로 나타나는 차별이 두드러지고, 때로는 다수의 무심한 한마디가 소수자들에게 오래 남는 생채기를 만든다. 그 장면들을 보면서 나 역시도 예전에 어떤 말과 행동을 해왔는지 곰곰이 떠올렸다. 특히 누군가가 예민하다고 느꼈을 때, “왜 그렇게 과민 반응을 하느냐”고 몰아붙였던 기억이 스쳤다. 그 순간은 대수롭지 않은 농담이었다고 치부했는데, 정작 상대방에게는 꽤 큰 상처였을 가능성이 높았다. 독자로서, 읽는 내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었다. 차별은 가해자의 입장에서는 하찮아 보이거나 장난처럼 느껴져도, 피해자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는 점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 총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장> 서는 곳이 바뀌면 풍경도 달라진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어떠한 차별이 얼마만큼 존재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나와 다른 자리에 서 있는 사람과 대화해 보아야 한다.
<2장> 우리는 한곳에만 서 있는 게 아니다
우리는 너무나 다양한 집단에 속한 채 살아가고 있는데, 고정관념 같은 것들로 인해 생각보다 쉽게 차별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3장> 새는 새장을 보지 못한다
차별로 인해 억압받는 사람들은 자신의 불행이 일시적이거나 우연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역설법을 사용한 제목부터 신선하고 궁금했다. ‘선량’과 ‘차별주의자’라는 단어는 서로 어울릴 수 없는 어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량한 사람이라면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 것이 당연할 텐데 차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궁금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바로 ‘선량한 차별주의자’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부끄러웠다.
대학교 때 교양과목으로 특수교육을 수강했다. 한 학기를 마치며 시험을 보았는데, 그 시험문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당신은 결혼해서 아이들 임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장애아로 판명되었습니다. 당신이라면 태중의 아이를 위해 어떤 행동을 하실 겁니까?]
내가 읽은 책인 선량한 차별주의자이다. 해당 책을 읽은 이유는 책의 제목이었다. 선량함과 차별주의자라는 단어의 조합은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전혀 상성이 맞지 않는 단어들이 합쳐져 있는 제목은 나를 책을 읽도록 만들었다. 이 책은 제목에 나와 있든 우리 사회의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책을 쓴 김지혜 작가는 사회복지와 법을 공부했으며 강릉원주 대학교 다문화학과에서 인권 차별과 소수자에 관한 교육과 연구를 하고 있다. 이 책은 개인적, 사회적 고민으로부터 시작하고 있는데 작가가 토론회에서 결정 장애라는 이야기를 하지 한 청중이 이를 지적했던 사건이었다. 작가는 이 경험으로 자신은 차별적 관념을 가지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차별이라는 건 대체로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교육을 받기도 하고 사회도 그런 스탠스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 한국사회에는 내가 생각해도 차별이 매우 심하고 또 공공연하게 벌어지는데 그 점을 이 책이 잘 보여준 거 같기도 하다. 쉽게 ‘장애’라고 표현하고 접미사를 갖다 붙이는 건 나도 싫어한 것 중 하나였다.
이 책의 제목은 모순되어 보인다. 상충된 단어들이 함께 사용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 크고 작은 차별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반대로 차별을 한 경험은 말하지 않는다. 차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은 정말로 차별을 한 적이 없을까? 아마도 거의 그렇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농담으로, 나쁜 뜻 없이, 다들 하니까 누군가를 차별한 적이 있다. 이 책은 ‘선량한 의도로’ 한 말과 행동이 누군가를 차별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 불편한 진실을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소개한다.
책에선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차별의 언어들이 삶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지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재미로 하는 ‘농담’이 비하하는 특징을 가질 때가 많다는 것이다. 자신이 속하지 않은 어떤 집단을 조롱하면서 우월성을 느낀다는 ‘우월성 이론’이 있다.
김지혜의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읽으면서, 저는 차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우리 사회에서 무심코 행해지는 차별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우리가 얼마나 쉽게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난 후, 저의 일상 속 행동과 생각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저는 차별이란 명백히 잘못된 행동으로만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차별이 반드시 악의에서 비롯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무의식 중에 행해지는 선의의 차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 부분에서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는 제가 항상 공정하고 평등하게 행동한다고 생각했지만, 책을 읽으며 저도 모르게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순간들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의 저자는 책을 통해 차별이 어떻게 시작되고 유지되며, 차별에 대응하는 바람직한 자세를 제시한다. 내용은 흥미로웠으나 책을 읽자마자 어렵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모든 차별을 분류하고 목록화할 수 있다면 좋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지침서로 만들어 외우면 차별주의자가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별은 시대적 상황, 연령, 거주지역, 성별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아 형성되는 것이며, 수학 공식처럼 정해져 있지 않다. 그렇기에 저명한 책을 읽으면서 마저 저자와 같은 시대에 살지만, 같은 세대가 아니어서인지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에 차이가 있다고 느꼈다.
‘프레임’은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뜻한다. 우리는 ‘프레임’이란 것이 사람마다 어떻게 다른가를 쉽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동물원의 재정난 속에 어미 코끼리가 임신을 했다고 가정해 보자. 누군가는 경제적인 이유로 새끼와 어미 코끼리를 부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른 동물원으로 보내려고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새끼코끼리와 관련한 행사를 열어 관람객을 끌어올 수 있다. 이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행동의 양상이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 의미한다.
‘A pessimist sees the difficulty in every opportunity and a optimist sees the opportunity in every difficulty. (비관주의자는 기회 속에서 어려움을 보고 낙관주의자는 어려움 속에서 기회를 본다) ’ 라는 윈스턴 처칠의 말처럼, 어떤 프레임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느냐가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제1장>
여성을 차별하지 말자고 사회가 시끌벅적하더니 이제는 남성의 역차별이 대두되는 시점이 되었다. 그러나 여성의 차별은 아직 사회 곳곳에 남아있다. 사람들은 대체로 평등을 지향하고 차별에 반대한다. 이 말은 즉 정의를 지향한다. 남들이 차별을 하고 있지 않길 바라면서 어쩌면 내가 차별을 하고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사람들 사이에는 특권이 존재한다. ‘가진 자의 여유’. 매우 상대적이다. 내가 아무렇지 않게 타고 다녔던 에스컬레이터가 누군가에겐 장벽이 되었을 때 나는 에스컬레이터를 편하게 타고 다니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내가 특권을 받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을 때야 비로소 이 사회에서 난 특권을 누리고 살고 있었구나를 깨달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불평등 또한 상대적인 개념이다. 이 개념이 ‘나는 힘들고 너는 편하다’의 논쟁이 되어 사회의 불평등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생각]
너무 공감했던 챕터였다. 올해 매우 덥던 날 친구와 혜화동에 연극을 본 후 집에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지상버스가 도착하지 않아 더위에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았다. 예를 들어 100번 버스는 이미 도착했는데 휠체어가 오를 수 있는 버스가 아니여서 100번 지상버스를 탑승해야 하는데 배차 간격이 너무 길었던 것이다. 방향이 맞는 버스가 도착하면 아무거나 탈 수 있는 나를 얼마나 행운인 삶인가 싶었다. 그리고 이건 얼마나 큰 특권인지도 깨달았다.
<제2장>
[요약]
약자는 약자끼리 잘 공감한다고 알려져있다. 그런데 한국 여성들은 예멘사람들의 한국 이주를 반대했다. 이는 약자가 아니라 배척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유는 예멘 사람이 성차별적이고
폭력적인 남성들이 많았기 때문에 예멘인을 ‘난민’이 아닌 ‘남성’으로 보기 때문이다. 즉 여성들이 부정한 사건에 대해 스스로 지키기 위한 정당한 요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