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야기는 가장 절박한 상황 앞에서 성장하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묻고, 진이(지니)와 민주의 시점을 넘나들며 시공간을 면밀하게 장악한다. 빈틈없는 자료 조사로 판타지마저 현실성 있게 그려낸 촘촘한 플롯, 독자를 단박에 사로잡는 흡인력과 속도감 넘치는 스토리까지 정유정 고유의...
나는 자기계발서나 심리학 도서를 좋아하기에 문학소설은 즐겨읽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은 빠르게 읽히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있었다. 특히 연두빛깔 표지가 무엇을 상징할까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초록색은 공존, 전체적인 조화, 사랑, 이해, 대인관계를 의미한다고 한다. 이처럼 이 소설의 주제는 인간과 유인원, 두 세계의 경계가 아름답게 부서지는 순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보노보라는 동물과 인간 사이를 오가는 영혼을 보여주는데 보노보라는 동물의 설명이 명시되어있으나 나에게는 낯설었다. 장편문학소설 중에서는 쉽게 읽히는 면이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유인원 책임 브리더로 일하는 마지막 날, 진이는 예상치 못한 침팬지 구조 요청을 받고 스승 장 교수와 함께 인동호 인근 별장으로 향한다. 구조에 나서려는 순간, 진이는 두려움에 나무 꼭대기에 매달려 있는 동물이 침팬지가 아닌 보노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잊으려 했던 반년 전의 기억이 갑자기 떠올라 어지럽지만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구조작업에 집중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보노보는 마취총을 맞고, 진이는 의식을 잃은 보노보를 품에 안은 채 장 교수의 승용차 조수석에 탄다.
"제가 이진이씨 가족인가요?"
상사의 병문안에 갈 거냐고 묻는 말에 홍유미는 이렇게 대답한다. 인간은 선하다, 본래 악하다, 항간에는 참 말이 많다. 필자 생각에는, 인간은 선(善)하지만, 사회 속 인간은 악(惡)하다. 특히나 관계를 맺음에 있어서 인간의 내면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성인군자 정도의 인품이 아니라면, 인간의 내면은 사실 남들에게 비춰지는 것보다 추악한 경우가 많다. 나 역시도 그렇다. 어떤 일이든 계산이 이뤄지고, 판단은 '나에게 좀 더 좋은' 쪽으로 내려진다.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나 살아가며 겪는 모든 순간은 판단에 의한 것이고, 그 판단은 계산을 통해 산출한 결과값이다. 아침에 일어나 그날을 준비하는 것도 씻고 식사를 하는 것도 전부 그렇지 않을 때보다 더 나은 결과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행하는 일인 것이다.
소설가로 유명한 정유정의 장편소설 < 진이, 지니 > 책을 읽게 된 건 내가 일했던 사회복지시설의 한 과장님이 이 책을 추천하면서이다. 그동안 책을 읽겠다고 해놓고 미루어 두다 이제서야 책을 집어 들었는데 처음에는 이 책이 두꺼워 부담스러웠는데 작품이 흡입력 있어서 두꺼운 줄 모르고 순식간에 이 책을 다 읽게 되었다.
< 진이, 지니 >의 주인공은 인간에게 납치당한 보노보 지니, 영장류를 연구하면서 다정한 사육사이지만 30대 중반에 뜻하지 않은 사고로 죽게 되는 진이, 그리고 30살에 집에서 백수여서 쫓겨난 김민주라는 인물이다. 여기서 보노보는 멸종위기종으로 침팬지와 인간과 유전자가 거의 비슷한 영장류라고 한다. 진이, 지니, 민주의 관점을 오가며 이 책은 쓰여졌다.
<진이, 지니> 는 김민주와 진이라는 인물의 죄책감을 다루고 있다.
죽음은 늘 우리 가까이에 있지만, 우리는 늘 죽음을 의식하지 않거나 죽음을 불길한 것으로 여기며 멀리한다. 하지만, 생과 사는 늘 같이 붙어다닌다. 오늘 살면서 내일이 있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지만, 한순간에 생사를 달리하는 사건사고의 현실 속을 우리는 늘 살고 있다. 책속에서도 “죽음”이라는 소재는 전직 간호사였던 <진이, 지니>의 작가 정유정이 다루는 소재이다. 죽음 이후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누구도, 아무도 모른다.
책을 읽게 된 계기는 간단합니다. 유투브에 책을 소개 하시는 분이 있는데, 운영자님과 작가님과의 대담으로 책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책을 가까이 하는 분인데도 소설을 너무 현실성있게 잘 전달되었고, 읽고 나서도 여운이 많이 남았다고 합니다.
독서 초보인 나는 정유정이란 작가는 처음 알아서 그다지 많은 이력은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검색을 해봤더니 이력이 문학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은 간호사 출신이었습니다. 나한테는 소설의 내용도 궁금했지만, 작가님의 이력도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다음번에 정유정 작가님이 펴낸 에세이도 함께 읽어봐야겠네요. 작가님의 인생관이나 가치관을 공유하는 것도 책을 읽고, 공감하는 기쁨일테니까요.
정유정님은 장편소설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와 <내 심장을 쏴라>로 세계청소년문학상과세계문학상를 수상하신 경험이 있고, 그 외 다수의 장편소설을 집필했습니다. 그 중에 <7년의 밤>과 <내 심장을 쏴라>는 영화로 개봉되기도 했습니다.
등장 인물
이진이: 이 소설의 주인공. 동물사육사보조로 시작해서 영장류연구를 하는 영장류전문가. 보노 보를 구조하러 간 뒤 영장류연구센터로 돌다오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이 순간에 보노보인 지니의 육체 안으로 영혼이 들어감. 이진이의 육체는 병원으로 후송되고 병원에서의 육체는 의식불명상태로 소설은 진행됨.
<중 략>
감상평
“상처입은 치유자, 트라우마를 넘어 눈부신 사랑의 길로 떠난다.” 이 문장이 책의 전체의 메시지를 대변해 주는 것 같습니다.
트라우마는 일반적으로 피해자에게만 있다고 생각들 합니다. 피해자의 트라우마는 사건의 피해를 당할 때 공포와 그것이 기억 속에 깊이 박혀 정신적인 고통으로 남는 것이라고 합니다. 피해자의 상처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기도 하지요. 하지만 가해자의 상처는 이해와 공감도 얻어내기 어려울뿐더러 자신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고 합니다.
내게 돌아간다는 건 죽음을 택한다는 의미였다. 돌아가지 않겠다면, 지니의 삶을 훔쳐야 할 것이다.
진이는 침팬지 사육사이다. 철장에 갇힌 보노보를 외면한 죄책감 때문에 결국 그녀는 이 일을 그만두고 다른 여정을 향해 떠나려 한다. 그런데 사육사로서 마지막 날, 근처 별장에서 탈출한 침팬지를 구조하는 걸 도와달라는 119구조대의 전화를 받는다. 침팬지가 아닌 보노보 지니를 구조하고 스승과 함께 영장류센터로 돌아가던 중, 고라니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가 일어난다. 사고 후 깨어난 진이는 자신이 보노보인 지니의 모습이 되어 있음에 경악한다. 영장류센터 근처 정자에서 노숙을 하던 민주의 도움으로, 진이는 병원에 누워있는 자신의 몸속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중간중간 빨려 들어간 ‘램프’의 세계에서 지니의 과거를 경험하며, 지니가 자신이 외면했던 철창 속의 그 보노보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지니의 몸에 침입한 침입자이기에 결국은 지니의 몸을 지니의 영혼에게 돌려줘야 함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