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체코의 세계적인 작가 보후밀 흐라발의 소설『영국 왕을 모셨지』. 슈크보레츠키, 쿤데라와 더불어 체코 문학의 세 거장으로 추앙받는 흐라발은 주변부의 삶에 귀를 기울인 '체코 소설의 슬픈 왕'이다. 그의 작품 중에서도 특유의 풍자와 해학이 잘 살아 있는 명작으로 꼽히는 이 소설은, 어느 키 작은 호텔...
작은 키에 순진무구한 얼굴의 청년 ‘디떼’는 돈 모으는 재능 하나는 타고났다. 맥주 가게에서 일하던 그는 사업가 월튼과 인연을 맺고, 그의 도움으로 부자들이 자주 찾는 호텔에서 웨이터로 일하게 된다. 디떼는 호사스런 생활을 누리는 부자들을 지켜보며 백만장자가 되겠다는 꿈을 품는다. 성실하고 재치 있는 디떼는 우연한 기회에 에티오피아 왕에게 훈장을 수여받고, 마침내 프라하 최상급 호텔의 지배인 자리에 오른다. 그 무렵 그는 독일 여인 ‘리자’를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고 이후 디떼는 전쟁터에 나갔던 리자가 가져온 우표를 비싼 값에 팔아 호텔을 인수하고 백만장자의 꿈을 이룬다.
<중 략>
청년 디떼는 돈 버는 수완은 좋지만, 행운은 번번이 그를 비켜간다. 디떼는 사람들이 작은 키를 깔보지 않도록 자신만의 무기를 찾는 데 열중한다. 그건 바로 ‘돈’. 디떼는 ‘돈이 있다면 인생이 더욱 아름다워진다’고 부르짖는 월튼의 여유를 보며, 부(富)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품는다. 하지만 모든 걸 가졌다가도 한 순간에 잃을 수 있는 것이 인생이다. 흐라발은 백만장자에 대한 열망을 품고 달려온 청년의 삶과 몰락을 통해, 인생의 무상함과 아이러니를 묘사한다. 동시에 주인공 디떼에게 삶에서 진정 소중한 가치란 무엇인가를 스스로 되묻게 한다.
<중 략>
아내인 리자가 폭격으로 인해 잔해 속에서 시체로 발견되었고 게다가 잘려나간 얼굴이 잘라나가 이를 찾아서 목도리로 감아 장례를 치르는 것을 통해 디떼는 아내에 대한 사랑이 진심이었음을 보여준다. 리자가 디떼와 함께 건물 밖으로 도망가던 중에 다시 우표를 가질러 건물로 들어가는 바람에 죽게 된 것이고 어떻게 보면 우표는 리자의 유품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디떼가 우표를 거두는 것은 돈만 추구하기 때문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