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공간과 이론 사이의 관계에 관한 연구!『공간적 사유』는 사회 이론 및 인문학에서 공간이 갖는 유의성을 밝히고자 한다. 20세기 이후 현대 철학 및 사회 이론에서 그 영향력을 누구나 인정하는 16명의 저명한 사상가를 살펴보고, 공간이 이들의 저작 전반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이들의 개념에서...
시적 마르크스주의자 앙리 르페브르. 그는 경보병 대대에서 복무하며 행군하던 중 날지 못하는 나비를 둑에 데려다 놓기 위해 열에서 이탈했다가 지독한 처벌을 받는다. 르페브르는 눈에 보이는 시의 징후를 지켜낸 자신의 상징적 제스처를 후회하지 않았다. 다만 스스로를 약하고 부드러운 몽상가로 보이도록 내버려둔 것에 화가 났다. 그리하여 그때 전사로서 ‘좀 더 실용적이고 더 강하고 더 실천적으로’ 되겠다고 결심한다. 하지만 르페브르는 ‘강경한 좌파 혁명가’보다는 자신의 성정에 맞는 길을 자각하게 된다. 가볍고 쾌활한, 자연의 빛이 가득한 공간 속에서 번성하는 자유로운 혁명가로서의 삶.
8장에서는 브라운관 속에서 르페브르를 보았던 저자의 회귀에서 시작한다. 프랑스 공산당원/1940년대 레지스탕스 운동 참여/파리의 택시 기사/여러 대학에서 사회학과 철학 가르친 68세대의 지성적 대부 등 많은 수식어로 표현 가능한 그였지만 정작 진행자는 폴 니장(Paul Nizan)이나 알렉상드르 코제브(Alexandre Kojeve) 같은 인물의 얘기에 관심이 있었고 그가 관찰자로서 보고해주길 바랐다. 저자의 시선속의 그는 그저 사르트르, 카뮈 같은 그의 동료들 보다 인지도가 낮으며 심지어 역사학자로 소개되는 90세 백발노인으로 묘사되었다.
여기서 왜 그가 프랑스에서 이처럼 중요치 않은 위상을 가졌고, 오늘날 영미 지성인 사이에서 숭배 받게 되었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공교롭게도 그 의문의 답은 하나라고 저자는 말한다. ‘공간’에 관한 저작이 비판과 선망을 동시에 취하게 한 것이다.
1974년 펴낸 <공간의 생산>(The Production of Space)은 그의 ‘공간적 전회’(Spatial Turn)에 관한 통찰을 반영했고 지리학자와 도시학자는 걸작으로 간주하지만, 출간 당시 많은 프랑스인들이 간과하고 오인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는 명성 높은 알튀세르의 구조주의적 마르크스주의가 필수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