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저자는 1982년을 이렇게 시작한다. 다소 호들갑스럽게. 좀 길지만 인용해보자. "37년 만에 야간통행금지가 해제되고, 중·고생의 두발과 교복자율화가 확정됨은 물론, 경남 의령군 궁유지서의 우범곤 순경이 카빈과 수류탄을 들고 인근 4개 마을의 주민 56명을 사살, 세상에 충격을 준 한해였다. 또 건국 이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시작되면 내복을 꺼내서 입는다. 다음 해 시범경기가 되면 내복을 벗는다. 나의 내복 착용과 탈의 시기는 프로야구의 끝과 시작 시기와 같다. 추워지면 입고 따뜻해지면 벗는다. 내복은 아래만 입는다. 예전에는 위도 입었다. 10월 말이면 날씨가 추워지고 4월 초면 날씨가 봄을 알린다. 나 또한 인천에서 자랐다. 물론 삼미 슈퍼스타즈의 어린이 회원이었다. 그 당시 가입비가 5천 원으로 기억한다. 잠바와 가방 그리고 여러 가지 선물이 있었다. 야구를 보러 공설운동장까지 걸어서 다녔다. 연예인들이 와서 야구했는지 행사했는지 기억은 가물거리지만 내가 본 연예인은 한진희, 장항선, 선우은숙, 이경진이었다. 남자는 키도 크고 잘생겼고 여자는 작고 예뻤다.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1980년대 한국 프로야구 팀 중 가장 약체였던 '삼미 슈퍼스타즈'를 중심으로, 한 소년의 성장과 청춘의 아픔을 유쾌하게 그린 소설입니다. 이 작품은 야구를 통해 인생의 패배와 좌절, 그리고 그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과 연대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나'가 어린 시절, 삼미 슈퍼스타즈라는 프로야구 팀의 팬이 되면서 시작됩니다. 삼미 슈퍼스타즈는 당시 프로야구 리그에서 가장 약한 팀으로, 거의 매 경기 패배를 거듭하는 최약체 팀이었습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이 팀의 팬이 되면서 오히려 패배의 미학과 진정한 응원의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나는 초등시절부터 삼성라이온즈의 팬이다. 어릴 시절 동생 친구들과 같이 팬클럽 모임에 가서 문구류와 유니폼을 받은 기억이 있다. 근데,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삼미슈퍼스타즈라니.
이 책을 완독하고 나서는 동생이 제일 먼저 생각났다. 좀처럼 잘 하지 않는 책 선물을 동생에게 했다. 동생이 읽었는지 확인하진 않았지만, 야구를 좋아했던 동생이 읽었다면 재미있게 보았을 것이다. 이 책 제목 정도만 알고 있던 우울한 어느 날 도서관에 갔다가 이 책을 발견하고는 눈물나도록 웃은 기억이 있다.
처음부터 빼꼽 빠지게 했던 삼미슈퍼스타즈의 원년 멤버들 이름. 어떤 광물의 일종이라 생각하지 쉽지만 그게 아닌 금광옥. 인수봉 주변 어떤 산봉우리 명칭일 것 같지만 그게 아닌 인호봉. 감사용, 장명부, 정구선, 정구왕. 할 말 없게 만드는 김바위.
또, 1루수가 ‘투수’ 역할은 한 날도 있다고 하던데 참 황당하게 느껴졌다. 근데,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실제로 그랬다고 한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박민규의 삶과 가족, 그리고 소외와 같은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 소설은 가장 좋아하는 스타를 이유로 시작된 팬클럽에서 이루어지는 사랑, 우정, 그리고 삶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박민규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팬 중 가장 오래된 팬입니다.
나는 야구에 대해선 아는 게 없다. 그저 현존하는 국내 유명 야구팀의 이름 정도만을 알 뿐이다. 축구를 좋아하냐고 물으면 단박에 그렇다고 대답하겠지만, 야구에 관해 대화를 하자고 누군가 요청해온다면 난 정말 할 말이 없다. 그 정도로 나는 야구 문외한이었고, 책을 다 읽고 난 지금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다. 작품의 제목은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인데, 사실 난 이 세대와 거리가 있는 사람이다. 1999년에 태어난 내가(게다가 야구엔 관심도 없다.) 1985년에 고별전을 펼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삼미 슈퍼스타즈를 알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난 고등학교 재학 중 필독도서에 올라와 있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라는 제목을 마주했을 때 이게 야구에 관한 책일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
제목만 읽고서는 도저히 어떤 내용의 책인지 알 수가 없었다. ‘삼미슈퍼스타즈’가 무엇인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첫 장은 넘기면서 과거에 프로야구의 초창기 시절 존재했던 팀 이름인 것은 알게되었지만, 도무지 ‘야구’이야기가 이 소설에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야구가 뭐 어쨋다는 것일까. ‘나는 야구를 잘 알지도 못하는데..’하며 무심히 책장을 넘기던 나는, 책을 읽어내려 갈수록 저자 ‘박민규’의 문체에 빠져들면서 그의 ‘야구이야기’를 들어보기로 결심했다. 그의 문체는 마치 허풍을 섞어 말하길 좋아하는 동네 아저씨같기도 하고 혹은 술자리를 띄우는 담당인 웃긴 친구같기도 하다. 사실 좋은(어려운) 메시지는 쉬이 읽히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작정하고 정색하고 말하는 지식인의 고루한 말씀보다, 가벼운 듯 껄렁껄렁하게 툭툭 던지는 동네 아저씨 혹은 선배의 말 속에서 뜻밖의 깨달음을 동반한 감동을 받게 된다는 것을. 박민규의 이 소설이 그러했다. 가볍지만 가볍지 않다. 쉽게 읽히지만 쉽게 넘겨버릴 이야기들이 아니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라는 책은 사실 나에게는 조금 어려웠다. 야구에 대해서 거의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기도 했고, 말투는 가벼운데 대체 이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도 이해가 안 됐다. 하지만 계속 책을 읽다 보니 점점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건지 알게 되었다. 작가는 ‘프로’만을 지향하는 이 시대를 비판하고 있었다. 나는 ‘프로’라는 말은 한 번도 나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작가는 특이하게도 오히려 여유롭게 사는 삶, 공이 오면 치고 어려우면 안 치고 마는 그런 ‘적당히 사는’ 삶을 추구하고 있었다.
그런 작가의 메시지는 나에게 하나의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고등학생이 된 지금까지 언제나 ‘더 열심히 해야 돼’,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서 노력해야 돼’라는 말만 들어왔었고,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 다 그랬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살면서 ‘지면 어때’ 같은 말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우리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그런 생각을 접해본 것이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고별대회을 보러 학교를 결석해서 집안이 발칵 뒤집힌 날, 담담히 귀가한 주인공은 무릎을 꿇고 앉아 부모님 앞에서 거짓말한다. 오늘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으며, 죽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좋은 대학에 들어가겠다고 결심했다고. 그러니 그때까지만 뒷바라지 해달라고. 부모님께서는 그 말에 눈시울을 붉히신다. 학교를 결석한건 뒤로 밀려나고 ‘좋은 대학’만이 모두에게 남는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일류대를 가지 못한 탓(이라고 믿는 것인지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에 고등학교 동창에게 굽신거리는 것이 평생의 한이었다. 그런 아버지의 좋은 대학에 대한 열망은 누구보다 컸으리라. 주인공은 그 점을 이용했다.
결석을 한 사건을 무사히 넘긴 주인공은 그날 밤, 정말로 좋은 대학에 갈 것을 결심한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팬이었던 그의 유년시절은 남들보다 어두웠다.
삼미슈퍼스타즈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야구에 좋아하는 마니아 외에는 지금부터 30여 년 전인 85년에 사라진 야구팀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프로야구가 만들어진 1982년 이래 삼미슈퍼스타즈를 넘어서는 팀은 없었다. 아마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좋은 기록이 아니라 이 팀이 프로야구팀인가 싶을 만큼의 처참한 패배 기록 때문이다.
삼미슈퍼스타는 역대 최저 승률 1할2푼5리라는 불멸의 기록을 세운다. 그 어려운 일을 삼미가 해낸 것이다. 한마디로 삼미는 루저의 대명사이다. 그러나 작가 박민규는 2003년 이 소설을 출간하면서 삼미는 그 이름 그대로 우리시대의 슈퍼스타였음을 재미있는 상상을 동원해 이야기를 풀어낸다. 2003년에 어울릴 만한 유머코드와 주제의식이지만, 복고풍이 유행하는 요즘 다시 찾아서 읽어봐도 의외의 재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1. 신인의 발견
은희경, 신경숙 등으로 대표되는 여성 작가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던 90년대가 지나면서, 90년대 후반부터 김영하로 대표되는―독특한 문체와 플롯으로 기존의 소설적 문법을 파괴한 남성 작가들이 등장하였다. 이러한 가운데 2003년 ‘문학동네신인작가상’과 ‘한겨레문학상’을 동시에 거머쥔 박민규는 또 하나의 새로운 소설쓰기를 시도하는 신인이라 할 수 있다. 박민규의 『지구영웅전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두 장편은 80년대 초 유년 화자의 대중 문화적 코드―『지구영웅전설』의 경우는 ‘슈퍼맨’․‘원더우먼’과 같은 미국판 TV 영화 시리즈이며,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경우는 1982년에 출범한 프로야구라 할 수 있다―를 문학에 차용하여 현실을 비판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 중『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프로야구 출범 원년인 1982년에서부터 90년대 말까지의 화자의 삶과 프로야구를 중첩시킴으로써 한 인간의 성장을 그려내고 있으며 진정한 삶의 방식에 대한 성찰을 드러내고 있다. 현존 질서에 포박된 한 소년이 심리적 장애와 사회적 난관을 돌파하여 자아의 해방에 이르는 과정을 추적하는 성장소설이며, 억압과 강제가 극복된 세계의 빛나는 영상을 보여주는 일종의 미래소설이기도 한 것이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그야말로 신인(新人)의 작품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도처에 새로움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소설에 대중문화를 차용하는 형식과 해학과 풍자가 넘치는 문체, ‘아마추어’와 ‘프로’의 대비를 통한 주제의식이 바로 그러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소설에서 대중문화를 차용하는 방식은 이미 김영하에 의해 이루어졌기 때문에 박민규만의 것이라고 보기 힘들며, 구어체에 가까운 걸쭉하고 익살스러운 입담 형식의 이야기 구성 또한 성석제의 ‘트
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을 때 문체 또한 박민규만이 구사하고 있는 새로운 것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민규의 작품이 신선한 충격을 주는 이유는 바로 박민규만의 독특한 세계관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우리가 못 살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아니 우리는, 더 못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구의를 돌려보자. 국토의 면적과 각종 자원의 보유량을 생각한다면, 또 인구를 생각한다면, 우리는 이 지구촌에서 70, 80위 정도를 달려도 그만이란 생각이다. 사실 우리는, 너무 잘 살고 있다. 도대체 세계 1위의 평균노동시간 - 그 외의 어떤 요소가 지금 우리의 위치를 이룩해 놓았단 말인가 한민족이 우수하기 때문 아니다. 우리는 바보였다. <잘 살아보세>의 함정에 빠진, 바보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