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1883년 일본에서 필사 원고가 발견된 3대 동양여행기 중 하나, '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禮行記)'를 번역하고 있다.
'입당구법순례행기'는 기원후 9세기 중반, 불교연구와 불경수집을 위해 당나라에 들어간 일본의 구법승 엔닌이 당나라의 여러 사찰을 돌면서 얻은 수행 체험을 담은 9년 반의 기록이다....
‘스님의 여행기’라고 하면 일단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더구나 지금으로부터 1200년 전 한반도로 치면 통일신라시대에 살던 승려의 여행기라니, 딱 듣기만 해도 재미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나. 이렇게 한자로 기록한 4권의 방대한 여행기인 『입당구법순례행기』에 처음부터 흥미를 가지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막상 읽고 보니 생각보다 간결한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일기형식의 글은 책장이 술술 넘어가게 해 주었다. 그리고 단 한순간도 평탄한 적이 없었던 엔닌의 9년간의 여행은 마치 모험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엔닌의 여행은 출항부터 순탄치 않았다. 일본에서 출발해 당나라에 도착하기까지, 그는 배에서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맞는다. 풍랑을 만나 배가 부서지고 사람이 여럿 죽는 것을 목격하면서 그 자신도 두려움에 떨었던 것이 간결한 문체에서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언제쯤 육지에 도착할지 기약 없는 항해를 계속하며 기후와 물결의 방향, 사람들의 행동을 세세히 적어둔 엔닌의 기록을 통해 그 당시에 일본에서 당나라까지의 항해가 얼마나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이었는지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