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순박한 마음」에서
작가를 둘러싼 아우라는 번역자를 긴장시킨다. 플로베르처럼 한 단어, 한 문장을 쓰는 데 고심한 글쓰기의 수도자 앞에서 나는 제한된 말을 모방하고 반복하는 펠리시테의 앵무새처럼 우스꽝스럽게 여겨진다. 「옮긴이의 말」에서
『부바르와 페퀴셰』라는 미완의 유고를...
스마트폰 알람 멜로디에 잠을 깬다. 눈을 부비며 덕지덕지 묻어 있는 간밤의 꿈의 찌꺼기들을 떼어내지만 항상 힘에 부치다. 하지만 통학버스를 타고 학교로 가기 위해서 채비를 서둘러야 한다. 하루의 시작부터 ‘순박한 마음’을 잃어버리는 순간이다. 서둘러 집을 나서면 종종 걸음으로 일터로 향하는 인파를 만나게 된다. 아직 덜 마른 머리카락을 연신 쓰다듬으며 출근길로 향하는 직장 여성들, 어학 테이프를 듣기 위해 귀를 이어폰으로 꽉 틀어막은 중년의 남성들……. 언제나 변함없이 지하철 출구 계단에 잔뜩 쭈그린 채로 구걸을 하는 노숙자 아저씨의 모습은 당연히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종종 몇 개의 동전이 드문드문 놓여있는 노숙자 아저씨 앞의 박카스 박스가 행인들의 구둣발에 치여 뒤짚이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