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나름대로의 가치관이 있고 그것에 맞춰 살아간다. ‘돈키호테’나 『서민귀족』의 ‘쥬르댕’ 역시 그러한 인물이지만 나타니엘은 이들과 확실히 내면세계가 다르다. 그는 섬뜩하고 어두운 힘을 현실로 믿어 불행해진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의 주인공은 내면세계에서의 분열된 자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분열된 자아의 모습은 우리나라의 시인 ‘윤동주’나 ‘이상’에게서도 살펴볼 수 있다. 그만큼 이것은 인간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하나의 현상이다. 하지만 그는 확실히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미쳐 보인다.
나타니엘은 현재 내면을 지배하는 두려운 과거를 안고 사는 존재이다. 그는 원래 정상적인 사람이었다. 그러나 두려움이라는 내면을 가지게 된 것은 그가 스스로 ‘모래남자’와 ‘코펠리우스’를 일치시킨 후부터였다. 이러한 생각을 한 다음 정신을 잃는 대목에서 그가 극도의 불안감과 압박감에 시달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어두움은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클라라에 대조되어 더 확실히 나타난다.
"공주님과 왕자님은 행복하게 오래 오래 살았습니다."라고 끝나는 동화같이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가정을 꾸리고 싶은 소망을 가져본다. 하지만 <모래남자>의 주인공 나타나엘은 행복이 존재할 수 없다는 느낌을 준다. 작가 E.T.A 호프만은 낭만주의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호프만은 낮에는 법관일, 밤에는 예술가로써 이중적 생활과 경제적으로 불운한 삶을 살았다. 이러한 생활태도는 작품 속에서 자아분열, 현실감 상실, 광기 등으로 표현된다. 즉 호프만이 현실생활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점을 암시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