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모범 경작생」은 193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당시 시대가 지녔던 절대적 궁핍 혹은 가난의 문제를 현실 인식에 기반해 사실적으로 보여준 작품이다. 1930년대에 발표된 여러 농촌 소설 중에서도 착취당하는 농촌, 가난에 시달리는 농민의 실체를 사실적이고 명확하게 드러냈다.
박영준의 소설 **《모범 경작생》**은 단순한 귀농 이야기를 넘어, 개인과 공동체, 그리고 현대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정교하게 엮어낸 작품이다. 귀농이라는 결정은 주인공의 삶의 전환점일 뿐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삶의 방향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한다. 이 소설은 농업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본질적인 가치를 되짚어보게 한다.
주인공은 도시에서의 삶에 염증을 느끼고 귀농을 결심한다. 하지만 그 여정은 단순히 시골로 이사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며 자신을 재발견하는 과정이다. 그는 자연과의 공존, 농작물의 성장, 그리고 공동체 생활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그러나 이 여정이 순탄하지는 않다. 농업의 현실적 어려움, 시골 사회의 보수적인 시각, 그리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은 그를 끊임없이 시험에 들게 한다.
주인공 길서는 동네에서 유일하게 보통학교를 졸업한 젊은이로, 성두의 여동생인 의숙과 사귀고 있다. 그는 군의 농사 강습회 요원으로 선발되어 서울로 떠나고,동네 사람들은 이러한 길서를 부러워한다. 서울에서 돌아온 길서는 동네 사람들에게 농사에 대한 지식을 전하기보다는 시국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말을 하여 사람들의 의구심을 자아낸다. 길서는 면장의 비위에서는 시찰단으로 뽑혀 일본으로 갈 기회까지 얻는다. 동네 사람들은 흉년으로 어려우니 도지를 감해 달라고 지주에게 애원하지만 거절당하고, 오히려 호세가 크게 오른 것을 알게 된다. 동네 사람들은 길서가 친일 관리들과 한패가 되어 과중한 호세 징수에 동참했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한다.
소감을 논하기 전에 구조가 사뭇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중심인물들의 심리와 마음이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러한 구조 방식과 어울리게 소설의 분위기가 바뀌는 과정도 인상적이다. 이 작품이 처음 시작했을 때, 초반 부분만 해도 살기 좋고 이웃끼리 정답게 지내는 그런 농촌의 아늑한 분위기로 시작을 하지만 뒤로 가면 갈수록 현실에 매몰되어 이런 이상적인 농촌의 분위기라는 것은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그것이 이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현실이기도 하다. 거기다가 이 작품이 되는 시간적인 배경은 일제 강점기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일제에게 지독한 수탈을 당하고 있었고, 그 사실은 이 작품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 작품에서도 직접적인 수탈은 호세 인상과 같은 농민들의 피와 땀을 뜯어내는 세금 인상이지만 전체적이고 거시적인 시점에서 보면 길서와 같은 기회주의자들과 우리 땅과 자원을 수탈하고자 했던 일제의 횡포다.
박영준이 태어난 것은 한일합방 이듬해인 1911년 3월, 평안남도 강서군이었다. 그의 부친 박석훈은 목사로서 3·1운동에 앞장서기도한 독립 운동가였다. 그러나 일경의 고문으로 병을 얻어 32세의 이른 나이에 옥에서 죽음을 맞이하였다.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박영준은 아버지의 몫까지 다해야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삶 속에서 평양 선교회에서 기식하며 숭실학교와 광성고보를 다녔다. 그는 1929년에 연희전문 문과에 입학한다. 그 후 1934년에 <모범경작생>이 《조선일보》신춘문예에 당선 되면서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1935년 박영준은 고향 독서회 사건으로 일본 경찰에 검거되어 6개월간 옥살이를 했었다. 1938년 일본의 잔혹한 통치를 피해 만주 길림성으로 이주하였다가 1945년에 귀국하여 의욕적이 작품 활동을 전개 하였고, 6.25 때에는 종군 작가단으로 활동하였다.
주인공 길서는 마을에서 유일하게 보통학교를 졸업한 젊은이로, 성두의 여동생인 의숙과 사귀고 있다. 그는 군(郡)의 농사 강습회 요원으로 선발되어 서울로 떠났고, 마을 사람들은 이러한 길서를 부러워한다. 김매러 갔다 돌아오는 길에 의숙은 얌전이에게 길서와의 관계를 놀림 받고 얼굴이 붉어진다.길서가 돌아온다. 그날 밤 길서는 마을 사람들에게 호경기가 곧 온다고 하니 부지런히 일하자고 말하며 시국에 관련된 이야기까지 덧붙인다. 다음날 저녁 그는 서울에서 산 비누를 의숙에게 쥐어 준다. 한편, 의숙의 오라비 성두와 어머니는 빚 걱정이 태산이다.길서는 면사무소에 들른다. 뚱뚱보 면서기는 일본 시찰단에 뽑히도록 힘써 줄 테니 한턱내라고 하며, 길서는 그러겠노라 대답한다. 면장은 호세(戶稅)를 좀더 내야겠다고 길서에게 말하며, 길서는 애매한 대답을 한다.병충해로 수확이 반감될 것을 예상한 마을 사람들은 수심에 가득차서, 길서에게 지주를 찾아가 감세(減稅)를 교섭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그는 못들은 척한다. 마을 사람들은 길서의 논 앞에서 '모범 경작생'이라고 쓴 팻말을 원망스럽게 쳐다본다.길서는 시찰단으로 뽑혀 일본으로 떠나고, 동네 사람들은 지주를 찾아가 감세를 사정하나 거절당한다.
<중 략>
<모범 경작생>은 대한출판사에서 발행한 고등학교 문학교과서에 실려 있다. 1930년대의 대표적 농촌 소설로, 박영준의 초기 문학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소작료 낼 돈도 없고 장가들 때를 위해 남겨두었던 돼지를 생계를 위해 팔아야만 하는' 경제적으로 빈곤한 '성두'와 그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즉 1930년대 일본의 압제 정치 아래에서 핍박받고 신음하던 우리나라 농민들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다.작품의 말미에 소작인의 집으로 찾아가 소작료를 낮춰 달라고 항의하는 장면이나 '길서'의 논에 박혀 있는 '모범 경작생'이라고 쓴 말뚝을 쪼개서 망가트려 놓는 장면 등은 농민들이 현실을 자각하는 과정과, 일제에 대한 저항이 나타난다. 혹자는 이를 주제로 잡아 농민들의 현실 개혁 의지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그러나 이 작품의 주된 의의는 1930년대의 우리 나라의 농촌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