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청준의 소설 세계를 일관되게 꿰뚫고 의미화하는 누빔점이 되는 작품집 『서편제』. 지난 2008년에... 이번 책에는 임권택 감독이 연출한 동명의 영화 원작 《서편제》를 비롯하여 1976년 봄부터 1977년 봄까지 발표했던 13편의 중단편을 모아 엮었다. 표제작 《서편제》는 ‘남도 사람’ 연작의 시작을 알린...
어느 마을 잔칫집에 불려온 소리꾼 유봉은 금산댁이라는 과부를 만나 함께 살게 된다. 유봉에게는 양딸인 송화, 금산댁에게는 아들인 동호가 있었고 송화와 동호는 남매처럼 지내게 된다. 이후 아기를 낳던 금산댁은 아기를 낳다가 죽게 되고, 유봉은 송화에게는 소리를 가르치고 동호에게는 북을 가르치며 둘을 각각 소리꾼과 고수로 함께 키우려고 노력한다. 유봉은 재능과 실력이 있으나 궁핍한 삶을 살아왔고, 이는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점차 심해진다. 소리에 재능이 있는 송화와 다르게 재능이 평범한 수준이던 동호는 궁핍한 생활고와 더불어 어머니인 금산댁의 죽음에 유봉의 책임이 있다는 생각에 말리는 송화를 뿌리치고 가출한다.
들어가며
소리 품을 팔기 위해 어느 마을 잔치 집에 불려온 소리꾼 유봉은 그 곳에서 동호의 어미 금산댁을 만나 자신이 데리고 다니는 양딸 송화와 함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동호와 송화는 오누이처럼 친해지지만 아기를 낳던 금산댁은 아기와 함께 죽고 만다. 유봉은 송화에게는 소리를, 동호에게는 북을 가르쳐 둘은 소리꾼과 고수로 한 쌍을 이루며 자란다.
동호는 어미가 유봉 때문에 죽었다는 생각과 궁핍한 생활을 견디다 못하고 집을 뛰쳐나가자 유봉은 송화가 그 뒤를 따라갈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소리의 완성에 집착해 약을 먹여 송화의 눈을 멀게 한다. 유봉은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는 송화를 정성을 다해 돌보지만 죄책감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결국 송화의 눈을 멀게 한 일을 사죄하고 숨을 거둔다. 그로부터 몇 년 후 그리움과 죄책감으로 송화와 유봉을 찾아 나선 동호는 어느 이름 없는 주막에서 송화와 만난다. 북채를 잡는 동호는 송화에게 소리를 청하고, 송화는 아비와 똑같은 북장단 솜씨로 그가 동호임을 안다.
판소리가 전승되면서 전승 계보에 따라 음악적 특성에 차이가 생기게 되었는데, 이를 '제'라고 한다. 판소리의 창법이기도 한 소리를 전체적으로 끌고 나가는 소리선의 굵고 가늘기, 음청탁, 소리 끝의 길고 짧은 맺음, 여운 등으로 동편제, 서편제를 크게 분류한다.
서편제는 철종 때의 명창인 박유전에 의해 창시된 판소리 양대 산맥의 하나로, 광주, 나주, 보성, 강진, 해남 등지를 중심으로 이어져 왔는데, 이 지역이 전라도 서쪽에 있다하여 서편제라 일컬어지는 것이다.
서편제의 특징은 활달하고 우렁찬 동편제와 대조적으로 가창의 성색(聲色)이 부드러우며 구성지고 애절한 느낌을 준다. 노래 소리의 끝도 길게 이어져서 이른바 꼬리가 달렸으며, 부침새의 기교가 많고 계면조를 장식하여 정교하게 부른다. 반면 동편제(東便制)는 통성과 우조를 중심으로 하며 대마디대장단을 위주로 장단을 짜며, 감정을 절제하는 창법을 구사하는 소리이다. 또 동편제는 소리가 웅장하고 힘이 들어있다. 또한 발성의 시작이 신중하며, 구절을 끝마침이 쇠망치로 끊듯이 명확하고 상쾌하며, 소리는 자주 붙이지 않고 쭈욱 펴며, 계면조 가락을 많이 장식하지 않는다. 우리가 일상 대화에 있어서 호령을 한다거나 호걸스럽게 의사를 표시할 때에는 어세(語勢)가 강렬해지고 활발해지는데 판소리에서 이와 같은 흐름으로 다섯마당 가운데서 동편제의 창법과 가장 잘 조화되는 것은 ‘적벽가', 서편제의 창법과 잘 어울리는 창으로는 ‘심청가’가 있다. 이러한 동편제와 서편제의 혼합으로 경기도 남부와 충청도지역에 전승된 소리인데, 그 개념이 모호하여 ‘비동비서(非東非西)’로 알려진 중고제(中高制)가 있다. 창법은 동편제와 서편제의 절충형인 듯하나. 소리의 특징으로 보아 동편제에 속한다. 기타 강산제의 대표적 판소리로는 ‘심청가’가 유명하다. 소설 〈서편제>는 이러한 서편제 소리를 소재로 하여 애절한 소리 가락에 마음속 한을 풀어내었다.
서편제는 책으로도 그렇지만 영화로도 더 많이 알려진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책보단, 영화 서편제의 이미지가 더 잘 떠오른다.
서편제의 줄거리는 대충 이러하다. 어떤 마을에 소리를 잘 하기로 소문난 주모 댁이 있는 주막이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곳을 소리집이라 불렀다. 그런데 그 주막으로 넘어가는 고개가 소리고개이고, 그 주막 옆 무덤이 소리무덤인 걸로 보아 이 주막에 숨은 사연이 있는 것으로 짐작되는 그런 집이었다.
어느 날, 이 주모 댁에게 한 남자가 와서 소리를 청한다. 이 소리를 계기로 남자는 소리집에 얽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소년에겐 어미가 있었다. 혼자 농사를 짓던 어미에게 태양같이 이글거리던 소리가 찾아와 그 어미를 덮쳤다. 어미는 계집애를 낳다가 죽게 되고, 그 후론 소리꾼과 누이동생과 함께 소리를 익히며 돌아다니게 된다. 그러다 어느 날 소년은 그 속에서 도망치게 되고, 주모에게 소리를 청하는 남자가 되어 이복누이와 그 소리꾼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전라남도 보성 읍내에서 한참 벗어난 어느 한적한 길목 주막(소릿재 주막)을 배경으로 한 손님이 소릿재 주막을 찾았는데,그는 읍내의 한 여인숙 주인으로 부터 소릿재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는 그 뒷이야기를 듣기 위해 이곳을 찾아온 듯합니다. 주막집에는 과연 심상치 않은 여인의 소리가 있었습니다. 여인의 소리가 끝나자 그는 여자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여인은 다그쳐대는 사내의 질문을 피할 수 없어진 듯, 털어놓은 여인의 이야기는 대략 이런 것이었습니다. 어느 해 가을, 소리를 하는 쉰 살이 넘은 아비와 열다섯 정도의 어린 딸아이가 이곳에 이주하여 소리를 하며 살았는데, 소리꾼 아비는 병들어 죽었습니다. 그 소리꾼 아비의 소리는 어린 딸에게 전승 되었는데, 그 딸의 소리를 들은 마을 사람들은 소리꾼 아비의 소리를 듣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눈 먼 딸이 아비의 소리를 이어 받아 여기서 소리를 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딸이 떠나자 이여인이 계속 소리를 이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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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 다만 거룩하다고 보기는 힘든 밤, 어둠에 묻힌 밤이라는 사실은 확실하다고 볼 수 있는 그 시간에 남녀가 한 방에 앉아있다. 주막의 여주인이 객에게 말하는 이야기는 옛날의 전설을 들려주는 모양새였다. 애석하게도 많은 이들이 원할 수도 있는 그런 결말은 나오지 않았다.
서로 뜸을 들이면서 눈치를 본다. 왜 그랬을까. 주막의 여주인도 떠돌이 소리꾼의 사내아이도 직접 말하지 않고 조금씩 이야기를 풀어낸다. 마치 소리꾼과 딸이 남도를 돌아다니면서 소리를 했던 것처럼. 밤새 소리를 하다가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도저도 안 되는 기분. 애석하게도 많은 이들이 원할 수도 있는 시원시원한 전개가 나오지 않았다.
한(恨)이라는 것이 그렇게 생길 수도 있겠다. 우리네 삶이 시원스럽게 풀리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천천히 흘러가면서 때로는 운명으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일들이 덮쳐온다. 원한이 아니라 그것을 정제해서 한(恨)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