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대리 인격 '나'의 삶과 저항자들의 삶을 한데 엮어 나 자신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렸을지 묻고,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항로를 개척할 수 있는 힘, 즉 잠재 인격을 탐구한다. 이 책은 저자 자신에게서 시작되는 개인적인 고백인 동시에 우리를 존재에 대한 자문으로...
원제는 Aurais-je été résistant ou bourreau?로, ‘나는 레지스탕스인가 아니면 학살자(사형집행인)인가?’ 이다.
작가 피에르 바야르는 파리 8대학 프랑스문학 교수이자 정신분석가로 정신분석학을 문학 비평에 적용하고, 창조적 사고의 가능성과 지평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인물이다. 세계대전 이후에 태어난 그는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과거 2차 세계대전 당시를 살았다면 극적인 상황에서 스스로 어떻게 행동했을 지 생각해왔다.
이미 사람들이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가 하는 문제는 많은 연구자들에게서 종종 다뤄지기도 하였지만 일반적인 성찰일 뿐 자기 자신을 대입해 행동을 자문해 보는 사례는 없었다는 것을 지적하며 직접 스스로를 과거로 옮겨 행동을 관찰하기로 한다.
시간 여행에 앞서 그는 잠재 인격이라는 개념을 제기한다. 인간은 자신이 출생한 역사적 지리적 배경 속에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를 한계까지 밀어붙여 진면목을 드러내게 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그가 보일 존재 가능성도 그 자신에 포함된다는 것이며 이런 잠재 인격의 성찰에 있어 제2차 세계대전은 더할 나위없이 적합한 장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작가의 잠재 인격을 발전시켜 과거의 삶을 살아갈 모델을 구성하는 1부, 그의 아버지의 운명과 함께 이야기하며 그 세대 사람들이 직면하게 될 결정적 순간들에 그들의 행동을 결정지을 힘들의 작용하는 탐구하는 2부와 3부, 마지막으로 인간 내면에 작용하는 힘들의 역동을 고찰하고, 잠재 인격이 드러나면서 인간의 행동이 결단지어지는 어떤 지점에 관해 다가가는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스스로의 잠재 인격을 담은 모델을 과거로 보내는 우회적 수단을 통해 단순 분석 뿐만 아니라 독자의 입장에서 자신을 묻는 읽기에 대한 성찰을 제시한다. 또한 절대적 권력의 폭압에 맞선 인물들을 역사적 예로 들어 여러 심리학적 기능을 살펴보며 극한에서 레지스탕스(투사)가 되기를 선택하게 만드는 능력에 대해 포착하려는 시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