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스무 살, 특별한 그녀와의 사랑이 펼쳐진다 새로운 상상력과 실험정신으로 주목받아온 작가 박민규의 독특한 연애소설『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20대 성장소설의 형식을 빌려, 못생긴 여자와 그녀를 사랑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작가 스스로 '80년대 빈티지 신파'라고 말할 만큼, 자...
깊어지는 가을이 되었고 우리의 맘은 쓸쓸하기 그지없다. 재즈의 선율이 귓가를 간지럽히고 찌뿌둥한 하늘이 울적하게 만든다. 몸은 개운하지 않고 시야는 또렷하지가 않다. 한마디로 말하면 가을 이맘때는 우울 상태로 돌입한다. 날씨는 사람의 마음을 좌우하게 만든다. 날씨에 끌려다니지 않으려 해도 흐린 날에는 기분도 흐려진다. 태양이 주는 기분 좋음이란 정말로 위대한 능력이다. 그토록 뜨거웠던 여름날의 태양은 온데간데없고 내복을 입어야 될 만큼 아랫도리는 추워졌다. 흐림보다 맑음이 좋다. 못생긴 여자보다 예쁜 여자가 좋다. 아쉬운 것은 그만큼 오래가지 않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아주아주 긴 겨울로 들어가기 전에 가을은 그래서 더 아쉽고 즐기지 못하면 금방 없어져 버린다. 해라도 들어야 기분 좋아지는 것은 비타민D가 만들어져서 그런 것일까. 약으로도 만들어진 것보다는 태양이 만들어 주는 비타민D가 진짜다.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외모와 사랑, 사회적 통념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소설이다. 이 작품은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사랑이란 무엇인지,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지를 고찰하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주인공은 ‘나’라는 남성으로, 그는 자신의 삶에서 특별한 존재였던 여성 '이유진'을 회상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작품은 이유진이라는 여성을 통해 외모와 사랑, 그리고 인간 내면의 가치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이야기는 주인공 '나'가 어린 시절부터 사랑과 외모에 대한 고민을 해왔음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그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외모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일찍부터 깨달았다. 성장하면서 외모가 중요하다는 사회적 통념을 내면화하게 된 그는 자신 역시 외모에 집착하며 살아가게 된다. 주인공의 이러한 외모에 대한 집착은 그가 이유진이라는 여성을 만나면서 더욱 깊어지게 된다.
책의 시작은 그저 젊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였다. 제목과 표지는 마치 중세시대 혹은 무언가 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 것 같으면서, 시작은 시시하고 흔한 사랑의 대사. 어쩔 수 없이 읽어야 하는 나에게 이 책의 첫 챕터는 도저히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 챕터였다. 하지만 두 번째 챕터에 이르게 되면서 책의 분위기와 함께 페이지가 넘어가는 속도는 달라졌다.
주인공은 상처를 가진 인물이었다. 시녀가 필요했던 철없는 무명 무술배우 아버지와 마치 시녀처럼 남편을 뒷바라지 했던 못생긴 어머니, 결국 아름다운 것을 사랑한 아버지는 아름답지 못한 어머니를 버렸다.
‘추함’을 장애로 만드는 사회 ;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읽고
외모 지상주의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못생긴 여자와 연애를 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어쩌면 이것은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로맨스 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또 찾아보면 추녀와의 사랑을 다룬 연애 소설은 거의 없다. 그 몇 안 되는 소설 중에서도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미남과 추녀의 사랑이야기로 우리의 기대를 빗겨가면서 섬세하고 날카롭게 우리가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의 정곡을 찌른다.
주인공은 못생긴 어머니와 미남 아버지 사이에서 낳은 잘생긴 아들이다. 그의 아버지는 영화배우를 꿈꾸며 백수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어머니 홀로 힘겹게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치 않은 기회에 아버지가 별안간 스타덤에 오르게 되는데, 아버지는 자신의 가족을 숨긴 채 연예계 생활을 하다가 결국 젊은 미모의 사업가와 결혼을 하고 가족을 버리고 떠난다. 겨우 충격과 절망에서 빠져나온 두 모자는 아버지에게 어떠한 복수도 하지 않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인공은 백화점 주차장에서 일을 시작하는데, 여기서 절친한 사이가 되는 요한과 아주 못생긴 ‘그녀’를 만나게 된다. 셋은 동네 허름한 켄터키 치킨 집을 전전하며 정말 가까운 사이로 발전하게 되고 그 속에서 주인공과 그녀는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옆의 그림은 스페인의 궁정화가 벨라스케즈의 대표작 ‘라스 메니나스(시녀들)’이자 이 책의 겉표지이다. 벨라스케즈는 펠리페 4세의 총애를 받았으며 오직 그만이 펠리페 4세의 초상화를 그릴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펠리페 4세의 딸 마르가리타 공주의 그림도 많이 그렸는데 왼쪽 그림의 중간에 있는 여자아이가 마르가리타 공주이다.
‘라스 메니나스’는 논란이 많은 작품이라고 한다. 그림 보는 안목이 없는 나로서는 분위기가 약간 기괴해 보일 뿐이다. 모든 등장인물이 나를 보고 있으며 거울의 각도가 맞지 않는 그림이다. 오직 벨라스케즈 만이 의미를 알 것이다.
<중 략>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가슴을 무겁게도 만들고
따뜻하게도 만드는 소설이다.
박민규 작가는 이 소설을 긴 연서를 쓰는 마음으로 썼다고 했다.
마음이 아팠고 공감이 갔고 슬펐다.
작가 역시 자신도 아름답지 못한 여자는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 책은 비현실적이라 했으며 네오 아담을 만들고자 했다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 한 가지 흠이 있다. 그것은 이따가 밝히겠다.
현대 우리 사회는 외모지상주의 사회이다. 조금 더 예쁜 사람들을 좋아하고, 조금 더 예쁜 것들 것 좋아한다. 외모에 따른 차별과 외모로 인한 섣부른 판단을 줄이기 위해 사회와 우리 모두가 노력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조금 더 예쁜 것을 좋아하게 된다. 이 책은 SNS를 통해 알게 된 책이다. 못생긴 여자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소설로,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함으로써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못생긴 여자를 주인공으로 한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고,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작가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져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줄거리는 출중한 외모를 가진 남자 주인공이 우연히 못생긴 여자 주인공을 만나게 되고, 서로 사랑하고 웃으며 각자의 삶에 대하여, 사랑에 대하여 말하고 있는 내용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특히 못생겨서 삶이 힘든 여자주인공의 편지를 잊을 수 없었고, 가장 인상 깊게 봤던 부분이다.
사실 이 책을 접하게 된 건 [저스티스 맨]의 저자 때문이었다. 수 많은 책들이 나열돼 있는 책장 사이에서 발견한 [저스티스 맨]이라는 강렬한 이름. 문예창작과나 국어국문학을 전공하지 않았다는 저자 소개. 그 곳에서 이 책이 시작된 셈이다. 그렇기에 이 책 자체 만에 관심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부끄럽게도 없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뭐 어찌되었든, 작가를 목표로 습작을 쓰고 글을 읽고 있는 나에게 [저스티스 맨]의 저자는 선망과 동경의 대상이었고 그렇기에 그 저자가 추천하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역시,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렇게 책을 펼쳤다.
책의 첫 느낌을 기억해 본다.
‘저가 끔찍하게 못생겨도 저를 사랑하나요?’라는 작가아내의 말이 창작배경이 되었다. 작가의 에필로그처럼 남자는 아름다운 여자를 좋아한다. 남자의 부와 권력이 무기인 것처럼 여자의 아름다움은 언제나 힘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작가는 이 소설은 비현실적인 작품이라 말한다. 영화배우인 아버지를 닮아 잘생긴 얼굴을 가진 ‘나’와 추녀인 ‘그녀’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나는 잘생긴 아버지와 추녀에 속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다. 성공한 배우가 된 아버지는 나와 어머니를 버린다. 기억속의 아버지는 아름다움만을 사랑하는 존재로 나온다. 이로인해, 나는 단순히 아름다움을 탐하는 존재로 성장하지 않는다. 우연하게 나는 백화점 주차관리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다. 그곳에서 ‘요한’과 ‘그녀’를 만나게 된다. 처음 ‘나’가 마음을 표현했을 때, ‘그녀’는 외모로 인한 상처로 ‘나’를 믿지 못하지만 ‘요한’의 노력으로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 모두에게 묻고 싶다. ‘찢어지게 가난해도,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못생겨도 상대방을 사랑해 줄 건가요?’ 서로를 사랑할 것이라 믿고 싶고 점점 더 그런 사회가 다가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귀감을 주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나’ 요한 그녀, 세 인물을 중심으로 서술되며 백화점 주차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만나게 된다. 모두 자신만의 상처를 지녔고 사회의 요구와는 타협하지 않는 인물들이다. ‘나’와 그녀는 서로를 좋아하고, ‘나’는 요한을 형이라 부르는 좋은 친구관계이다.
‘나’는 살면서 느끼는 회의에 대해서 방향성을 얻어가고 성장해가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사회가 가진 모습들에 구역질하기보단 ‘그런 거구나..’라는 식으로 알아가면서, 또 방황하기도 한다. ‘나’가 지닌 상처는 자신의 엄마가 갖고 있는 상처에 대한 동정이다. 잘생긴 아버지는 이상을 쫓는 무명배우였지만 그 이상이 일상이 돼버려 아버지의 이상에 헌신한 못생긴 엄마는 버려진다.
죽은왕녀를 위한 파반느> 를 읽으면서 필사라는걸 한 번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봤다. 구절구절이 참 마음을 울려서 모든 글귀들을 오래간직하고 싶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예쁜 편지지에 책의 구석구석을 필사해서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그래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실은 알 수 없었다. 나는 한 번도 모리스 라벨과 밥딜런을 좋아하고, 미셸을 좋아하고, 선인장 꽃과 더스틴 호프만을 좋아하는 여자애를 만난 적이 없었으니까. <중략> 그녀를 만나기 전의 세계는 그런 것이었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쉽고, 간편한 세계였다. 이뻐와 착해, 그리고 돈 있어로 모든 것이 해결되던 세계였으니까. 쉽고 쉬운 초급 영어의 페이지를 넘겨버린 중학생처럼, 그래서 어떤 말을 해야할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주인공이 첫눈에 반해버린 그녀는 알면 알수록 더 빠져들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다섯번째곡 보리수를 그에게 들려주는 그녀덕분에 그는 처음으로 클래식이란걸 찾아듣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