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늙고 죽는다1늙고 병들어 죽어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에브리맨』. 해마다 노벨문학상의 강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문학평론가 해럴드 블룸이 '미국 현대문학의 4대 작가' 중 하나로 꼽은 바 있는 거장 필립 로스. 2006년에 발표된 이 소설은 필립 로스의 스물일곱...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자신이 불치병에 걸리거나 다른 사람의 장례식에 가는 등의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일은 드물다. 이 책은 우리같은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죽음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래서 제목이 ‘에브리맨’이고, 주인공의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다. 때문에 담담하지만 더 절절히 와 닿는다. 이 책은 아직 ‘살아서’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 앞으로 필연적으로 닥치게 될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책은 그의 장례식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는 비록 이미 땅 속에 묻혀 아무 말도 들을 수 없겠지만 모여있는 사람들은 그의 생애에 대해 나름의 평가를 내린다. 그의 딸은 슬픔에 눈물을 흘리고, 첫 아내의 아들들은 일말의 연민도 없이 형식상 그 자리에 참석한다. 한 사람의 죽음이지만 그에 대한 평은 엇갈리는 것이다. 독자들은 이를 보며 자연스럽게 자신을 대입하게 된다. 내가 죽는다면 과연 사람들은 어떤 평을 내릴까? 또 어떻게 살아야 사후에 부끄럽지 않을 만한 평을 들을 수 있을까.
책은 처음에 한 노인의 장례식장에서부터 시작한다. 그 장례식장의 주인공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결국 한 남자의 일대기에 관한 이야기이다. 주변 사람들의 이름은 다 나오지만 주인공의 이름만큼은 책에서 나오지 않는다. 아마도 주인공은 책 제목이 에브리맨 이듯이 어느 누군가의 이야기도 될 수 있기 때문에 작가가 굳이 밝히지 않은 듯 하다.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잠깐의 욕망으로 인한 배신이 이렇게나 외롭고 슬픈 결말을 가져왔고, 그게 그저 평범한 ‘에브리맨’의 현실이라면 무서우면서도 한편으로 위로가 된다. 누구나 다 이렇게 살아가는 것만 같아서. 작가는 사무치게 무서운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누구나 다 이렇게 살고 있다고 위로를 해 주고 싶었던 걸까. 무거운 주제의 소설이지만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한번쯤 읽어봐야 하는 소설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