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개천에서 용 나는’ 갑질 공화국의 비밀!‘개천에서 용 나면 안된다’는 이론을 들고 한국 사회를 총체적으로 해부하는 『개천에서 용나면 안 된다』. 저자 강준만 교수는 ‘개천에서 용이 많이 나야 된다’는 모델을 통렬하게 뒤엎는다. 모두가 용이 될 수 없는 현실에서 용이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동자와 관리자
일단 공장을 예로 들어보자.
공장의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한쪽에 큰 기계들이 돌아가고 다른 한쪽 또는 기계가 돌아가는 구석 어딘가에 투명한 또는 가로막힌 조그만 사무실이 있다.
아침에 출근하여 오늘 할 일을 생각하고 얼른 작업복으로 갈아 입으며 일 할 준비를 하는 노동자들과 이 일꾼들이 일을 하도록 도와주는 관리자가 있다.
일은 오전 9시에 시작하여 오후 6시에 정확하게 끝이 난다. 6시가 정확하게 끝나고 퇴근하는 노동자들과 한 잔 하고 싶은 관리자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흐른다.
노동자들은 일찍 가고 싶은데 관리자는 짧은 시간이라도 더 머무르기를 바라며, 이렇게 말한다.
“이번에 불량이 많이 났어요. 여러분들 월급은 어디서 하늘에서 나오나? 잘 좀 해요.”
돌아가면서 노동자는 삼삼오오 모여서 이렇게 뒷담화를 시작한다.
“ 월급이라도 많이 주면서 이야기하든지 하지. 그 월급에 이렇게 열심히 하면 됐지. 사람이 만족을 모르는구만.”
실제 공장에서 일을 해보면 노동자와 관리자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있음을 알게 된다.
학벌주의, 갑질, 삼포세대, N포세대 등 다양한 타이틀들이 대한민국의 별명처럼 따라 붙어있다. 이러한 현실을 알고 사회구조가 잘못되었음을 인식하면서도 나 역시 굴복하고 큰 사회에 고개를 숙인다. 이 책의 제목 역시 옛 속담인 개천에서 용 난다를 변형시킨 “개천에서 용 나면 안 된다”로 우리나라의 잘못된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에서 사람들의 등급을 나눈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라는 말은 이제 대한민국의 현실로 자리 잡고 있다. 책의 제목처럼 더 이상 개천에서 용 나는 세상은 지났다는 말이다. 회피하고 싶기도 하고 발버둥치려고 노력해도 어쩔 수 없이 항복하게 되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한 권에 정리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