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향>은 6.25 전쟁 당시 피난민들의 궁핍한 피난생활을 보여준다. 두찬, 광석, 하원 그리고 ‘나’는 부산 부두 하역장에서 겨우겨우 간신히 끼니를 이어가며 생활한다. 이들은 잠을 청할 방조차도 없기에 정차된 화차에 몰래 숨어들며 지낸다. 그 안에서 고향으로 돌아가기 전까지의 삶이 고통스럽더라도 버티자고 다짐한다. 하지만 이들의 사이는 조금씩 금이 간다.
두찬과 광석은 자신들보다 다섯 살 정도 어린 ‘나’와 하원이 자꾸만 의지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그들을 귀찮게 생각한다. 특히나 하원은 매번 고향 이야기를 하며 울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러다 광석이 화차 바퀴에 팔 한쪽이 잘리고 결국 죽음에 이르면서 이전부터 광석에게 거리감을 느끼던 두찬은 홀로 떠나버린다. 하원은 ‘나’에게 비록 둘만 남았지만 서로에게 의지하며 절대로 떨어지지 말고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말한다. 그러면서 ‘나’는 하원과 포옹하지만, 속으로는 ‘무엇인가 못 견디게 그리운 것처럼 애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