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책의 방법론
“서양의 지적 운동은 한마디로 현실과 이상, 현세와 내세의 간격을 좁히려는 끊임없는 노력의 과정이었다.” (<서양의 지적운동>, 7쪽 )
우선 눈에 띄는 이 책의 특징은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듯 서양 사상사의 내적 발전과정을 정적으로 개괄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동적인 운동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지성사 또는 사상사 모두 그 배경과 맥락을 고려하여 동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하나의 운동의 역사로 보고 있으며, 그래서 제목도 <서양의 지적 ‘운동’>이다.
<서양의 지적 운동>은 언뜻 서양 사상사 ‘사전’의 외양을 띠고 있다. 물론 사전이라고 했을 때 흔히 떠올리듯 가나다 순 혹은 알파벳순으로 서양 사상사에 관한 모든 정보를 객관적, 중립적으로 수록한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에서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는 많은 남성들의 반감을 살 여지가 있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기에 남성들은 2년의 기간 동안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는 여성단체와 페미니스트들의 발언들이 계속 되었고 이와 더불어 여성의 권익보호를 목적으로 집행되었던 여성가족부의 정책과 주장들은 역시 남성들 사이에서 많은 반발을 사기도 했다. 마치 여성과 남성이 대치하는 것과 같은 양상이 지속되자 남성들이 역으로 차별받고 있다며 남성들을 차별로부터 보호하자는 취지의 단체들도 생겨났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는 본래의 의미를 잃고 여성권의 과도한 주장이자 특권의식처럼 생각되는 경향이 생겨났다. 나 역시도 여성들의 성차별이 사라져야한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과연 어디까지가 보호받아 마땅한 인권의 영역이고 어디까지가 과도한 특권의식인 것인지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페미니즘에 대해서 정확히 아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하였기에 페미니즘이라는 주제를 선정하게 되었다. 앞으로 자유주의 페미니즘,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급진적 페미니즘, 사회주의적 페미니즘, 페미니즘의 최근 조류로 페미니즘을 구분하고 각각 어떠한 특성을 갖는지, 어떻게 발전되었는지 또 이러한 각각의 페미니즘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서술하고자 한다.
1. 자유주의 페미니즘
페미니즘은 18세기 계몽사상에 기원을 두고 발전하게 된다. 계몽사상은 개개인은 근본적으로 합리적인 창조물이기 때문에 교육을 통해서 합리적인 추론을 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고 이를 통해 진리를 감지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19세기 들어 페미니즘은 개인에 대한 국가의 간섭 최소화와 개인을 구속하는 제약의 소멸을 주장하는 자유주의사상과도 결합하게 된다. 또한 구원에 대한 책임이 개인에게 있음을 주장하던 프로테스탄트 신앙은 원칙적으로 남성과 여성에게 동등하게 적용되었기에 이 역시 페미니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계몽주의와 자유주의 프로테스탄티즘은 자유주의자들과 여성 지식인들에게 사상적 근간을 마련해 주었고 프랑스혁명은 자유주의 페미니즘이 태동하게 하는 기폭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