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생활의 원초적 형태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종교의 원초적 형태를 아는 것이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종교는 어떻게 구분 할 수 있을 것인가? 종교인 것과 종교가 아닌 것은 확실히 구분 되는 것일까? 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뒤르켐은 종교를 “성스러운 사물들 즉 구분되고 금지된 사물들과 관련된 믿음들과 의례들이 결합된 체계이며, 이러한 믿음과 의례들은 교회라고 불리우는 단일한 공동체 안으로 그것을 신봉하는 모든 사람들을 통합시킨다.” 라고 정의하고 있다. (p81) 그리고 주술적 신앙체계는 민중이 넓은 계층 속에 확산되어 있고 종교처럼 주술을 충실하게 믿는 신자들이 존재 하지만 주술적 신앙들은 그것을 신봉하는 사람들을 서로 연결시키지 못하며, 공통적인 생활을 영위하도록 하는 하나의 집단으로 결합시키지 못한다. 주술은 교회를 만들지 못한다. 라고 하였다.
고전사회학의 대가라고 할 수 있는 맑스, 베버, 뒤르켐의 저작을 읽으면서 ‘종교’가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을 보면 인간사회와 종교는 정말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우리사회에서 종교적 규율, 종교적 명령이 끼치는 영향력은 더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렇다고 ‘종교’라는 단어를 구체적으로 정의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냥 막연히 신의 존재를 믿는 것? 정도로만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종교생활의 원초적 형태> 서문을 몇 페이지 넘기다 보니 아니나 다를까 뒤르켐이 “종교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종교의 기원을 연구하기 위해서 종교를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세 번째 읽는 뒤르켐 저서이다 보니 이 문장에서 역시 뒤르켐 답다는 생각이 든다.
일반적으로 종교라고 하면 초자연적인 것과 관련지어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뒤르켐에 따르면 초자연적인 것이라는 관념은 과학발전이 가져온 것이다.
맑스를 읽고, 베버를 읽고 뒤르켐, 그리고 마지막 책 종교생활의 원초적 형태...
읽어보리라고 죽자고 덤벼든 마음 탓인지 제법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발동이 늦게 걸려 문제지만...
다른 과목의 강의시간에 신화, 전설, 꿈, 환상, 공상등을 <집단 무의식>이라 개념으로 소개를 한다. 이러한 개념들이 문화적으로는 가능해보이지만 심리학과 예술, 과학으로의 접근이 과연 타당한 걸까? 라고 문제제기를 했던 것이 일주일도 안 되어 어리석은 물음이였다고 명쾌한 답을 준 책읽기였다.
이 책은 종교를 사회학적으로 풀어낸 책이다. 우선 우리 주변에 나타나는 여러 종교들의 현상과 정의를 이야기하고 원초적 종교의 정령론과 자연숭배론의 개념을 설명한다. 그리고 원초적인 신앙들에 대해 알아보고 그 신앙의 기원들을 살펴보았다. 그리고의식적 태도들에 대해 자세하게 저술한 책이다.
‘종교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는 질문은 뒤르켐의 작업처럼 ‘사회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물음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물론 이 말은 종교에 대한 신학적 접근이나 철학적 논의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사회학이 무엇보다 우리의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우리들 주변의 실제 현실을 설명하고자” 할 때 종교가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당장 오늘자 신문만 살펴보아도 종교 갈등을 바탕에 두고 있는 전쟁, 테러, 시위와 같은 빅뉴스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정치․사회적 문제에 대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종교적 영향력도 상당하다. 한 편의 영화나 소설에 대한 종교계의 격렬한 반감, 일요일 치러지는 국가고시에 대한 기독교의 반대여론 등은 종교가 사회를 통합하기보다 분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신을 믿든 아니든, 종교를 가지고 있든 그렇지 않든, 혹은 어떤 종교의 신자라고 해서 다른 종교에 관해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 아니며 반대로 많은 경우 의견을 제시하기를 요구받는다.
나는 천주교 신자이다. 물론 지금은 성당에 안다닌지 10년을 훌쩍 넘어버렸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하나님을 믿으며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믿음을 가지고, 기도를 한다. 물론 고해성사를 하러 오라는 성당의 부름에 "나중에 갈게요." 라고 외치며 어머니의 잔소리조차 외면해버리기는 하지만 말이다. '종교' 라는 거창함 보다는 무엇을 믿느냐,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내가 어려울 때 마음속으로 부르는 이가 누구냐 라는 것만 확실히 인지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평소부터 해왔던 터라 사실, ‘종교’가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대한 답변을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종교란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을 때, 내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상하게도 “눈이 참 맑으시네요. 조상님 중에 한이 서린 분이 계시는데 그거 알고 계세요?” 라며 나를 붙잡던 언니의 모습이었다. 한 번 끌려가면 제사 비용은 물론, 집문서 및 땅문서까지 내놓게 된다는 그 무서운 조직(?)이 가장 먼저 생각나다니…… 뭔 가 묘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