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교실 밖의 아이들》은 가족문제와 또래관계문제, 사회문제, 자기 이해 문제 등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16명의 아이들 상담 사례를 통해 아이들의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에서부터 문제행동에 대처하는 방법까지 상세하게 기술한다.
또한 학교나 교사로서 힘들었던 점을 반영하고 성공과 실패를...
지난 겨울방학 동안에 교육청에서 하는 멘토링에 나도 참여하게 되었다. 교대에 다니는 나는 당연히 초등학교를 신청했고, 근처의 학교에 배정받게 되었다. 내가 맡은 아이들은 초등학교 3학년 남자아이와 5학년인 여자아이였다. 이 멘토링을 신청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형편이 어려워 학원을 다니지 못하거나, 부모님이 안 계셔서 방학 때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이다. 내가 맡은 아이 둘 역시, 엄마, 아빠와 살지 않고 이모나 할머니와 사는 아이들이였다. 아이들을 만나기 전에, 아이들의 담임선생님 그리고 교감 선생님과 상담을 하면서 엄마, 아빠와 같이 사는 다른 아이들처럼 사랑받고 자란 아이들이 아니니 공부도 중요하지만, 친구처럼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고 같이 놀아주면서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 주라는 말씀을 들었다. 처음에는 나도 물론 열심히 노력해서 아이들에게 꼭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 했다.
나는 과연 얼마만큼의 진정성을 가지고 초등학교 교사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을까. 이것이 내가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다양한 방면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가족과의 관계,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 학업 스트레스, 경제적 격차에 따른 문제 등 요즘 아이들의 문제는 점점 심화되고 다양해지고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아이들의 사례 중심으로 나와 있으며, 그에 따른 효과적인 상담기법등이 제시된 매우 현실적인 책이다.
첫째마당에서는 아이들의 자기이해 문제를 담고 있다. 이 부분을 읽고 나는 어린 시절 어떤 아이였나를 한번 돌이켜 보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사건이 하나 떠올랐다. 그것은 어린 시절 내가 가장 잊고 싶은 기억이어서 이미 나이가 훌쩍 먹어버린 지금조차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1학년 때 나는 집안에서 습관적으로 도벽을 한 적이 있었다.
교실 밖의 아이들』속에 있는 많은 사례들을 보면서, ‘교사로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참 어렵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에 소개된 자기이해 문제, 가족관계 문제, 또래 문제, 사회 문제와 같은 여러 가지 다양한 문제를 가진 아이들을 만났을 때, 과연 나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의 물음에 있어서 너무나도 자신이 없었다. 각기 다르고 다양한 아이들을 파악한다는 것, 이해한다는 것 그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어려울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성폭력을 당한 아이와 부모들이 방임하는 아이와 같은 사회 문제에 있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의 질문에 대해서는 평소에도 고민을 조금씩은 해보았지만, 좋은 해결책을 내지는 못했다. 그렇게 해결책 없이 막연히 ‘그때가 되면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나에게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이나마 그 부분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고, 또한 그 해결책에 대한 많은 실마리들을 얻을 수 있어서 참 감사하다.
학기 초에 강의 안내를 받으면서 다섯 가지의 책을 본 뒤에 이 책은 꼭 사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있었다. 바로 이 책인 교실 밖의 아이들 이었다 많은 책들 중에서 이것을 고른 것이 정말 잘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아, 이런 것도 있구나.’ 하고 지나갈 수도 있었던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미 나는 이 중에 몇 가지의 사례에 속하는 아이들을 만나보았고 올바르게 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학년 때는 수많은 교양 과목에 찌들어 따로 초등학생들을 만나볼 기회가 없었지만 2학년 1학기 때 서울시 교육청에서 우리 학교와 협력하는 대학생 보조교사제, 소위 부진아지도를 갔을 때 내가 맡았던 4명의 학생들 중에 한 명이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 중에 한 명이었다. 학습능력 부진, 집중력 부족, 폭력, 충동 등등 이미 그 아이는 담임선생님이나 부진아 담당 선생님한테도 문제아로 낙인 되어 있었다.
나는 보통 ‘책 머리에’라고 시작하는 작가의 서문을 잘 읽지 않는다. 그것을 읽으면 책 구입을 선동하는 글귀가 쓰여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책을 읽는 동안 작가의 생각을 비판없이 읽게 되는 것 같기 때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의 ‘책 머리에’는 읽었다. 왜냐하면 책 머리 제목이 “교사의 달인은 없나요”라고 되어 있어, 교사도 정말 달인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뜻밖에도 책 머리에가 내게 충격을 준 구절이 있었다.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화살인 아이들을 위해 활의 역할을 하는 우리 교사가 더 많이 힘들게 고생할수록 아이들은 더 많이 나아간다’는 어느 시인의 노래가 내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무수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화살과 같은 아이들에게 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다 해서 그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보다 더 많이 나아가게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서 교사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초등 상담 분야에 관심이 있다. 나 또한 어렸을 때 ‘포기당한’ 문제아였기 때문에 더 마음이 가는 지도 모르겠다. 사실 난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사례 속 어린이들과 같이 피해자의 쪽은 아니었다. 아이들과 패거리로 몰려다니며 괴롭히는 것이 폼 나 보였고 내 존재 가치가 바로 거기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처럼 ‘엄석대’로서의 생활은 결코 영원히 지속되지 않았다. 그러한 못난 유년기 기억들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되살아났다. 중학교 때 내 자리는 교실의 왼쪽 제일 끝. 온풍기 앞이었다. 생생히 떠오르는 교실 풍경.
이 책을 보면서 줄곧 생각했던 것은 이 세상에 정말 완벽한 교사가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교대를 졸업하자마자 수업도 척척, 각종 행정 업무 능력도 척척, 학부모와 교직원, 아이들에게조차 인정받는 선생님이 있다고 해보자. 그런데 이런 선생님이 페스탈로치나 다른 유명한 교육자만큼 인정받을 수 있을까 궁금하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나는 이 책이 약간의 해답을 제공하지 않았나 싶다. 매년 교대에서는 학년마다 실습을 나간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작년 2학년 실습이었다. 매우 놀란 일이 하나 있었는데, 내가 실습을 나간 반 아이들 중에 왕따가 하나 있다는 것 이였다.
작년 이맘 때 쯤 교실 참관실습을 할 때였다. 나의 담당학생 중에 유난히 다른 아이들에 비해 산만하고 수업시간에 엉뚱한 이야기로 친구들의 관심을 끌려고 하고 혼잣말을 계속하며 의자를 뒤로 젖혀 넘어질 것 같은 위태로운 자세를 하며 수업을 듣는 남자아이가 있었다. 수업을 듣는 다기 보단 일어나 돌아다니며 놀고 싶은 자신을 억누르며 참고 앉아있는 듯한 아이였다. 얼굴엔 어제 다친듯한 상처가 있었고 입은 항상 불만에 가득 차 시비를 걸 듯 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처음엔 나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오지 않고 근처에서 나의 관심을 끌만한 말을 하며 서성이다가 나흘쯤 되었을 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방과 후 담임선생님과의 대화시간에 선생님께서 그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셨을 때, 그제서야 차츰 아이의 말과 행동에 대해 이해가 가기 시작하였다. 아이는 어머니와 따로 떨어져 아버지와 아버지 친구 분, 동생과 넷이 살고 있으며 어머니가 돈을 벌러 멀리 천안에..
<중 략>
많은 교사들이 교사가 된 동기로 흔히 “아이들을 좋아해서…….”라고 말한다. 교사로서 아이들을 좋아해서라는 동기는 상당히 바람직한 것이고,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교사라는 직업 또한 매우 잘 어울리는 직업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교사가 꿈꾸고 좋아했던 아이들의 모습만이 교실에 존재하진 않는다. 교사 자신이 상상했던 예쁘고 사랑스럽기만 한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교실 안에는 소위 문제아라는 나쁜 아이나 못된 아이 또한 함께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대구에서 발생한 초등학교 성폭력 사건, 학교 폭력, 왕따 문제 등의 관련 뉴스들을 접하다 보면, ‘에이, 거짓말.’ ‘설마…….’ ‘과연 이 사건들이 정말 초등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일까,’ 할 정도로 믿기 어려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도 명쾌한 답을 할 수 없는 질문이 있다. '진정한 교사는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참관실습과 여러 차례의 교육투쟁을 겪으며 내가 깨닫게 된 것은 교사는 아이들에게 정확한 교과지식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이 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곁에서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것은 각 교과와 교육학에 대한 이론적 지식, 그리고 아이들에게 올바른 지식을 가르쳐줄 수 있는 방법론이다. 과연 이것만으로 충분히 교사로서 아이들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것일까? 현실 속에서 괴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고민을 안고 있던 나에게 <교실 밖의 아이들>은 아이들에게 '교사란 바로 이러한 것이다.'라는 작은 깨달음을 제공해 주었다. 그리고 책의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기기 시작하였다.